경기도 화성을 가로지르는 43번 국도를 벗어나 한 동네에 들어서자 2차선 도로 바로 옆에 매물로 나온 조그마한 1동짜리 공장 하나가 나타났다. 계획관리지역에 위치한 이 공장의 부지 면적은 498㎡. 여기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똑같은 규모의 공장 1동이 매물 리스트에 올라와 있었다. 이같이 170~498㎡ 규모의 소규모 공장 부지를 팔겠다고 내놓은 곳이 이 부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만 5개가 넘는다.
왜 하필 498㎡일까.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약칭 산업집적법)’은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계획관리지역에서 공장 신설 또는 증축, 변경을 할 때 건축 면적이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건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입지에 대한 규제완화가 계속되면서 등록 기준도 500㎡ 미만으로 완화됐다. 지자체에 등록이 되지 않기 때문에 499㎡만 넘지 않는다면 사실상 어떤 업종이든 들어설 수 있고 용도변경을 해도 아무 제재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일단 논이나 임야에 500㎡ 미만의 땅을 사들여 창고를 만든 후 공장으로 용도변경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자체 승인을 받지 않기 때문에 미등록 공장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길도 없다. 실태 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다. 2015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보고서를 통해 화성 비도시 지역에 들어선 공장 대부분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없이 조성된 공장이라는 것만 밝힌 게 전부다. 김포시는 등록공장이 약 6,000개 정도지만 미등록까지 합치면 1만개를 훌쩍 넘고 심지어 화성에서는 적어도 등록공장의 2배가 훌쩍 넘는 2만 개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만 나올 뿐이다.
문제는 미등록 공장들이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난개발을 부추길 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을 환경유해물질과 소음 등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는 점이다. 실제로 김해시 한림면 주민들은 인근 산 중턱에 미등록 공장으로 추정되는 폐기물처리업소가 자리 잡았고 이곳으로 유류 폐기물 등을 실은 화물차가 수시로 들락날락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미등록 공장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는 공장등록 면적 기준을 현행 500㎡에서 규제완화 이전인 200㎡로 되돌려 관리 감독의 대상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영재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등록 공장은 시스템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부서에서도 산발적으로 허가가 나기 때문에 관리에 어려움이 크다”며 “난개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등록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