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해 핵보유국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중대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례없는 강도로 군사조치 가능성을 경고하자 북한은 미국령 괌에 탄도미사일 포위사격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면전 불사로 맞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휴가 중인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은) 정상상태를 넘어 매우 위협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심상치 않은 수위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ICBM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기밀 보고서가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공개된 후 나왔다. DIA는 북측의 소형 핵탄두 개발에 대해 “북한이 ‘완전한 핵보유국’을 향해 가는 중대한 문턱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내가 취임하자마자 명령한 것이 핵무기 체계의 현대화”라며 “우리 군사력은 가장 강력하고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하다. 우리가 이 힘을 사용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며 재차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의 초강경 경고에도 북한은 미군 전략자산의 근거지인 괌에 ‘화성-12’를 동원한 포위사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전면전을 예고했다. 북한군 전략군은 9일 성명에서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인 김정은 동지가 결단하면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며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34포인트(1.1%) 하락한 2,368.39에 마감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1.29% 급락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8bp(1bp=0.01%) 오른 1.833%를 기록해 2년2개월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원·달러 환율도 무려 10원 이상 오른(가치 하락) 1,135원20전에 마감했다. 반면 금·엔화 등 안전자산 가격은 급등했다.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1,267.33달러로 전날 종가보다 0.5% 올랐다. 엔화가치도 달러당 109.74엔까지 상승했다. /뉴욕=손철특파원 박민주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