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삼성전자 비중 어떻게..." 딜레마 빠진 국민연금

이재용 부회장 유죄 판결땐

"삼성전자 주식보유 줄여라"

책임투자 목소리 커지겠지만

비중 축소땐 증시에도 악재 불가피

1년6개월동안 삼성전자만으로 13조5,000억원 수익내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의 사퇴로 수장 공백 사태가 이어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오는 25일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보유 비중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대형주 중심의 패시브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기금본부가 전체 국내 주식투자 포트폴리오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비중을 축소할 경우 기금 수익률 하락은 물론 최근 조정을 겪고 있는 주식시장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국민연금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삼성전자 주식을 바로 시장에 내놓기는 어렵겠지만 재판 결과는 국민연금의 주식운용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재판부의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상 책임투자 관련 조항(102조4항)에 따라 기금운용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기업과 관련된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재무적 성과와 동시에 고려해 투자 기회를 제한하지 않는 범위와 수준 내에서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일본공적연금(GPIF)·노르웨이국부펀드(GPF)·미국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CalPERS·캘퍼스) 등 해외 주요 연기금 등은 사회적 책임투자라는 이름으로 도입해 운용 중이지만 국내에는 지난 2015년 1월에 관련된 조항이 신설됐다.


국민연금이 이 조항을 근거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주식 매도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수많은 사망자를 내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이마트(139480)·GS리테일·SK케미칼(006120)·롯데쇼핑(023530)·AK홀딩스(006840) 등 국내 5개 기업의 주식투자 비중을 줄였다. 책임투자와 관련된 법적 근거가 마련된 후 국민연금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기업의 주식을 매도한 첫 사례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본부 측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기업은 시장에서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고 이는 매출감소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국민연금으로서는 사회적 책임투자도 고려하고 주식투자 손실을 사전에 막기 위해 주식 비중 축소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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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과연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 등에 유죄 판결이 날 경우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조항에 의거해 삼성전자의 보유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의 1대 주주로 9.2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평가액은 23조4,241억원으로 전체 국내주식 투자의 23.2%를 차지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에서만 5.64%의 수익률을 달성했는데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만 약 6조5,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국민연금은 올 들어 상반기까지 삼성전자의 주가가 30% 이상 뛰면서 삼성전자 보유지분 평가액도 또다시 7조원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주식을 덜어내는 순간 기금 수익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최근 정보기술(IT)주 고점 논란과 대북 리스크 고조에 코스피가 조정을 겪고 있어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 내놓기도 여의치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금본부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지난해 강화한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쉽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재판 결과에 따라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국민연금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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