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9일(현지시간) ‘한국민들의 놀랄 정도로 심드렁한 분위기(surprisingly blase)’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를 통해 거리에서 만나본 한국 사람들의 반응은 극히 평온했다고 전했다.
LAT는 신촌에서 만난 한 대학생이 “내 생애에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 장면을 전했다.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의 대북 발언을 내놓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각료도 가세하고 있는데 비해 서울의 분위기는 지극히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서울에 3천 곳이 넘는 방공시설이 있고, 국가재난대응 체계로 잘 짜인 모바일 통신망을 갖춰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 소재 연구기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서울 주민은 전쟁에 사실상 무방비나 다름없다. 형식적인 대피 행동 강령만 있을 뿐”이라는 지적을 전하기도 했다.
UPI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이후 한국민의 반응을 전했다.
UPI는 “대체로 한국인들은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양상의 긴장국면이 있었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경험을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UPI는 “한반도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 양쪽이 최선은 아니지만 긴장감을 높이려는 방식을 선택할 수는 있다”고 한 시민단체 관계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UPI는 한국 내에는 북한의 핵 위협이 정상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같은 접근 방식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올해 들어 코스피는 17%가량 급등하면서 전 세계 증시에서 독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간 7월에도 랠리를 지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 리스크는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매수 기회로 인식된다”면서 “투자자들은 북한의 위협에 흔들리기는커녕 (저가매수로) 큰 수익을 얻겠다는 표정”이라고 덧붙였다.
코스피는 9일 1% 이상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0원 넘게 올랐다. 그렇지만 이는 한국 증시의 큰 손인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개인투자자, 소위 ‘개미’들의 정서는 사뭇 다르다는 얘기다.
WSJ은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악재가 되지 않는다는 게 한국 투자가들의 경험칙”이라고 해석했다.
한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60대 개인투자자는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북한 리스크는 투자기회였다”면서 “북한 리스크 때문에 한국 기업과 시장의 수익성이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