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정부의 해외취업 지원 프로그램인 케이무브(K-Move) 중남미 관리직 취업연수 과정을 마친 김지영(23·가명)씨는 올해 초 멕시코에 있는 한국 건설업체에 취직했다. 김씨는 “회사에서 담당하는 업무는 인사·총무·회계 총괄”이라며 “사회초년생으로서 처음 맡은 직무라 힘든 점도 있지만 어려운 업무를 잘 수행함으로써 다양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리어 빨리 쌓기’ ‘저녁이 있는 삶’ 등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해외로 나가는 취업자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그동안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비교적 많이 진출하지 않았던 동남아시아·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의 현지·한국 기업 취업도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정부의 케이무브, 취업 알선 등을 통해 해외로 나갔거나 해외취업성공장려금 등을 받은 취업자는 1,47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00명)보다 47.4% 늘었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상반기 해외취업자가 각각 426명, 461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수직 상승하는 셈이다.
해외취업이 집중되는 하반기를 포함한 연간 취업자 총계는 2014년 1,679명, 2015년 2,903명, 2016년 4,811명 등이다. 올 상반기 취업자 증가율을 토대로 2017년 전체 해외취업자 수를 추산해보면 7,000명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지역별로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일본(428명)과 미국(362명)의 취업자가 많았다. 하지만 눈여겨볼 대목은 멕시코·브라질 등 중남미와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취업자의 증가세다. 이들 국가에 있는 현지 및 한국 기업에 취직한 취업자는 2014년 511명에서 2015년 831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1,362명으로 1,000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상반기 현재 415명이다.
최근 동남아·중남미 등이 해외 취업지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은 업무 범위와 권한이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에 비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 구직자들은 대개 미국·일본에서는 인턴으로 시작하지만 중남미·동남아 등에서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은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보다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해외취업자 입장에서 거부감이 크지 않고 기회를 찾기도 쉽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전망도 밝은 편이다. 동남아·중남미의 한류 열풍으로 한국인 구인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커 보이기 때문이다. 뷰티·요식업 등은 당장 현지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대표 분야로 꼽힌다.
박선태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참사관은 한 언론 기고에서 “중남미 사회는 개방적이고 우호적인데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적인 것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사회문화적 특성 등을 공략한다면 중남미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