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탈원전 문제와 신고리 5·6호기 공사 영구중단 여부 문제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현 정부는 탈원전을 기정사실화한 듯하고 신고리 5·6호기 계속건설 여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탈원전과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여러 방법을 통해 계속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탈원전 측 사람들의 주장 가운데 하나는 현재 진행 중인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우리나라의 전력수요가 7차 전력수급계획에 비해 적어 오는 2030년에는 원래 예측 전력수요보다 약 11GW(10%) 정도 낮을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탈원전으로 20.7GW의 설비가 줄어도 전력수요가 11GW 정도 감소한다면 2030년에는 10GW의 설비만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 정도는 재생에너지나 액화천연가스(LNG)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껏 우리는 전력수요를 제대로 예측한 적이 거의 없다. 항상 실제수요는 예측보다 컸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LNG 발전소를 급하게 지어왔다. 이번 8차 전력수급계획의 전력수요 예측에는 세 가지 중요한 사항이 빠졌다. 4차 산업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전력수요와 전기차 확대에 따른 전력수요, 그리고 인덕션 전기레인지 등을 포함한 가정용 전자제품 증가로 인한 전력수요가 그것이다. 여기에 통일을 대비해 북한 개발에 필요한 전력수요도 고려해야 한다. 최대 전력수요는 최고·최저기온에 따라 결정되므로 한파·폭염 등 이상기후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력수요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쪽은 모자라는 전력을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태양광· 풍력 위주의 신재생에너지로 우리나라 전력의 20%를 생산하겠다고 하는 것은 거의 꿈에 가깝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풍력·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기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면적이 필요하다. 간단히 계산해도, 예컨대 경기도 정도의 1개 도 면적을 다 사용해야 풍력으로 계획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풍력 대신 태양광을 이용하고 낙관적으로 필요 면적이 풍력의 20%로 줄어든다고 해도 서울 면적의 약 세 배 이상 되는 땅이 필요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 이 풍력·태양광에서 생산된 들쭉날쭉한 전력을 관리하기 위해 대용량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필요한데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 ESS가 필요없는 독일·미국의 건설비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든다.
탈원전 찬성 측은 재생에너지로 안 될 경우 LNG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LNG는 가격변동이 심하고 공급이 불안하며 운송·보관이 상당히 위험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쓸 양을 보관하기 힘들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같은 전력을 생산하며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석탄의 절반이나 운송 중 새나가는 메탄가스는 온실가스 효과가 커 지구온난화 방지에서 석탄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 초미세먼지를 생성하는 응축성 미세먼지도 많이 배출한다. LNG는 엄격하게 얘기하면 청정에너지가 아니다. 만일 북한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 가스를 들여온다면 우리나라가 스스로 러시아와 북한에 목을 매는 양상이 될 것이다.
갑작스러운 탈원전이 아니고 2079년까지 서서히 줄여가는 감원전이라면 그래서 괜찮다고도 한다. 하지만 아직 감원전이나 탈원전을 주장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다른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 생산은 오히려 7차 전력수급계획 때처럼 서서히 늘려야 한다. 7차 전력수급계획은 2029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전체 전력의 11.7%를 생산하게 돼 있다. 그 목표조차 사실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 정부의 주장은 그 목표의 거의 두 배인 20%이며 이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 값싼 전기요금에 매달리지 말고 환경· 안전을 고려해 세계적 추세인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자는 말은 상당히 그럴듯해 보이나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상만 내세우는 아마추어리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원전은 환경과 안전을 고려해도 아직은 이 나라에 꼭 필요한 탁월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