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터칭] 피부 접촉으로 말하는 친밀함과 내면

■애슐리 몬터규 지음, 글항아리 펴냄



어떤 대상을 쓰다듬는 행위만큼 친밀함을 표현하는 것도 없다. 반려동물은 물론 연인, 친구, 부모 자식 혹은 동료 사이에서도 서로를 쓰다듬다 보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에 위로가 되곤 한다. 이렇듯 피부와 접촉은 인간이 추구하는 감정 중 가장 절실할 수 있는 사랑과 관련이 있다. ‘접촉’에서 시작하고 강화되는 따듯한 사랑이 점점 그 자취를 감춰가는 요즘 책 ‘터칭’은 피부라는 사람의 가장 바깥의 가죽부터 그 안에 숨겨진 사람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선 저자는 피부가 그저 장기를 감싸는 가죽이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기관임을 역설한다. 얼굴뿐 아니라 입술, 손끝 등에서 제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해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는, 몸을 둘러싼 모든 것을 전방위적으로 감지하는 이 피부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크고 넓은 기관계다. 책은 이 거대한 기관계가 더위, 추위, 감촉, 압력, 고통 따위의 감각을 받아들이는 총 64만 개에 달하는 감각 수용기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해 ‘제2의 뇌’라는 것을 펼쳐 보인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지는 것은 기계를 비롯해 살아 있지 않은 사물들이다. 우리 눈과 코와 귀, 입은 보고 냄새 맡고 듣고 맛보며 예나 지금이나 앞장서서 세계를 감지하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본질적인 기관인 피부는 ‘사물’이라는 대상과 ‘손’이라는 매개로 점점 더 축소되고 한정돼 간다. 유일하게 생명이 있는 존재와 접촉할 수 있는 울타리인 가족은 파편화되고 멀어진다. 또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일상적으로 기대고, 안고, 포옹할 친구와 연인과의 관계 역시 과거에 비해 점차 소원해지는데 이는 ‘접촉’ 빈도수와 친밀함의 관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책은 이외에도 △피부 자극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행 △촉각이 사람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영국인이 차가운 이유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많이 만진다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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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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