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917원.
일본 오키나와로 휴가를 떠나며 하루 로밍 요금으로 낸 금액이다. 특별한 혜택을 받은 것도 아니고, 서비스 품질이나 사용 속도의 차이도 없었다. 그저 일행 중 한 명이 손바닥 보다 작은 기기 하나만 주머니에 넣어주는 고생(?)만 감수했을 뿐이다.
국내 통신요금보다도 저렴한 로밍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선 출국 이틀 전 미리 T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SK텔레콤의 ‘T포켓파이(이하 T파이)’를 신청했다.
T파이는 소위 ‘에그’라고 불리는 기기다. 72개국의 3G·LTE 등 무선 네트워크를 수신해 신호를 와이파이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주변을 ‘와이파이존’으로 만들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노트북 등 최대 10개 기기가 동시에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여행 요금의 경우 하루 5,500원으로, 소비자들이 보통 사용하는 무제한 휴대폰 로밍 요금(1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휴가철과 황금연휴가 이어지는 오는 10월 20일까지는 요금을 50%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어 하루 2,750원에 사용 가능하다. 2박 3일 일정으로 3명이 함께 휴가를 떠났으니 1인당 하루 917원, 3일간 2,751원에 무선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셈이다.
약 2시간 정도의 비행이 끝나고 오키나와의 나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T파이를 켰다. 잠시 기지국을 찾더니 액정화면에 ‘소프트뱅크(Softbank)’라는 글자와 통신 네트워크가 연결됐다는 표시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개개인의 데이터 로밍 요금이 나가지 않도록 스마트폰의 데이터 접속을 완전히 차단한 뒤 와이파이를 통해 접속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AP 이름과 비밀번호를 알려주자 기기에 표시된 접속된 인원 수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연결하자마자 카카오톡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오키나와에 도착했다는 인증샷을 SNS 등에 올렸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면서도 3명 모두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었지만, 모두 불만없는 품질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여행 중 충전해야 할 기기가 늘어난 것은 어쩔 수 없는 단점이었다. T파이가 기존 에그 제품보다 획기적으로 늘어 최대 12시간 연속사용할 정도로 용량이 커졌다지만, 다음 날 원활한 사용을 위해선 매일 밤 충전을 해야만 했다. 3명의 휴대폰과 흠연자들의 아이코스(IQOS). 거기에 에그까지 하룻밤에 충전하는 것은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한 기기가 충전 완료될 시점을 예상해 알람을 맞춰놓고, 잠에서 깨 충전 중인 기기를 바꿔야 할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하루 917원’짜리 든든한 여행 동반자로서는 손색이 없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올 여름 들어 T파이 하루 예약건 수는 600개를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출시 2주만에 일 예약 건수 6배 이상이 증가한 수준으로, SK텔레콤은 수요 폭증에 따라 임대용 단말 운영 수량 1,000대(30%)를 추가 발주했다. 이용객 국가별 비중은 일본이 47%로 가장 많았고, 유럽(10%), 중국(7%), 미국(6%), 태국(5%)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해외 로밍 에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KT의 경우 일본·미국·중국·홍콩·대만·태국·필리핀·싱가포르에서 일 1만1,000원에 사용할 수 있으며 여름 휴가철을 맞아 오는 10월 말까지 50%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일본과 베트남에서 각각 하루 1만4,300원과 7,700원에 이용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