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네팔 청년 죽음으로 불붙은 고용허가제 논쟁..'현대판 노예제'vs 성공적 장착

/연합뉴스/연합뉴스


최근 충북 충주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네팔인 이주노동자 A씨(27)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계기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도입 14년째가 된 제도임에도 여전히 그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려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네팔에서 결혼 직후 돈을 벌어오겠다며 ‘코리안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지 1년 4개월 만이다. 유서에서 그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도 받았고, 다른 공장에 가고 싶었지만 안 됐으며 네팔 가서 치료를 받고 싶었는데 안 됐다”고 밝혔다.


노동단체들은 ‘현대판 노예제’에 가까운 고용허가제가 네팔 청년의 생명을 앗아갔다며 즉각 들고 일어섰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등 지역 노동단체들로 구성된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고용허가제라는 악법이 수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허가제는 도입 초기부터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2004년 처음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국내에 취업을 희망하는 15개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가 정부의 허가를 받고 취업비자(E-9)를 발급해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보장해 주는 제도다. 체류 기간은 최초 3년에 사업주의 재고용 허가 요청 시 1년 10개월이 추가된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두고 성공적인 이주 관리 시스템으로 정착했다고 평한다. 산업연수생제의 불법체류 확산과 각종 송출 비리 등의 문제점이 고용허가제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것이다. 실제 고용허가제 도입 전 80%에 육박했던 이주노동자의 불법체류율이 최근 10∼20% 선까지 떨어진 것도 평가의 근거가 된다.


이주·인권·노동 단체들이 고용허가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히 다르다. 이들 단체는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제한 규정을 꼽는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3년간 회사를 최대 세 번 옮길 수 있다. 그러나 사업주의 승인이 있거나 임금체불과 같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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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가 마음대로 직장을 옮길 수 없는 것을 악용한다는 게 이주·인권·노동 단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주노동자에게 차별과 강제노동,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등 노동 착취 행위를 자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2012년 8월 유엔 인종차별 철폐위원회가 이 같은 이유로 한국 정부에 고용허가제 개정을 권고한 바도 있다.

정부는 여전히 제도 유지를 고수한다. 이주·인권·노동 단체들은 A씨와 같은 희생자가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며 반대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들 단체는 전국 곳곳에서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14일 청와대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오는 16일에는 충청권 이주·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세종청사 내 고용노동부 앞에서 집회가 열린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는 A씨가 숨진 사업장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충주지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 이주·인권단체 관계자는 “고용허가제는 더는 합리적인 제도가 아니라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이상할 게 없는 제도”라면서 “고용허가제를 폐기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전에는 국제사회, 다문화 존중이라는 말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디서나 이주노동자가 죽지 않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 관련 사회적 공론화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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