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10초 이상 멈췄다가 쏙…토머스 '10번홀의 기적'

PGA 챔피언십 최종

10번홀 2.5m 극적인 버디퍼트

기세 몰아 역전…메이저 첫 승

3대째 프로 골프 명문가 출신

"가족들도 이번 우승 못 잊을 것"

저스틴 토머스(가운데)가 14일(한국시간) PGA 챔피언십 우승컵인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차지한 뒤 부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버지 마이크 토머스도 클럽 프로 출신으로 미국 프로골프협회 회원이다. /샬럿=AFP연합뉴스저스틴 토머스(가운데)가 14일(한국시간) PGA 챔피언십 우승컵인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차지한 뒤 부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버지 마이크 토머스도 클럽 프로 출신으로 미국 프로골프협회 회원이다. /샬럿=AFP연합뉴스




저스틴 토머스(24·미국)가 10번홀(파5)에서 약 2.5m를 남기고 친 버디 퍼트가 홀 왼쪽 가장자리에 멈춰 섰다. 아쉬움에 등을 돌린 순간 갤러리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0초 넘게 머물러 있던 볼이 홀 속으로 모습을 감춘 것이다. 잃을 뻔했다 잡은 버디 덕에 선두를 1타 차로 추격한 토머스는 기세를 몰아 역전 우승까지 내달릴 수 있었다. 그린에 도달하기에 앞서서는 티샷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떨어진 터라 10번홀은 이래저래 그에게 ‘기적의 홀’로 남게 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3년 차 토머스가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토머스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클럽(파71·7,600야드)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를 기록해 패트릭 리드(미국·6언더파) 등 3명의 공동 2위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이번 시즌 네 번째이자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메이저 트로피로 장식한 그는 189만달러(약 21억6,000만원)의 우승상금을 손에 넣었다. 세계랭킹 14위 토머스는 PGA 투어 시즌 상금과 페덱스컵 랭킹에서 모두 2위로 점프했다. 두 부문의 1위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다.

토머스는 178㎝, 66㎏의 체구로 평균 308야드를 때려내 ‘호리호리한 장타자’로 이름났다. 지난 1월 소니 오픈에서는 최연소 59타와 72홀 최소타(27언더파 263타)를 작성해 ‘기록 제조기’라는 별명도 얻었다. 먼저 스타로 떠오른 조던 스피스(24·미국)의 친구로도 잘 알려진 그는 ‘메이저 챔피언’이라는 가장 빛나는 수식어를 스스로 획득했다.


이날 선두 케빈 키스너(미국)에 2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한 토머스는 8번홀까지 제자리걸음을 했다. 9번홀(파4)의 10m 넘는 긴 거리 버디 퍼트가 기폭제가 됐다. 이어진 10번홀에서 행운의 ‘정지 후 버디’로 상승세를 탄 토머스는 13번홀(파3)에서 그린 주변 칩샷 버디를 터뜨려 단독 선두로 치고 나왔다. 경쟁자들이 타수를 잃어 2타 차 선두가 된 토머스는 ‘그린 마일’이라는 별명을 가진 무시무시한 16~18번홀을 남겨뒀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16번홀(파4)에서 까다로운 파 퍼트를 성공시킨 그는 3면이 물로 둘러싸인 17번홀(파3)에서 5m가량의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3타 차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티샷을 벙커로 보낸 끝에 보기를 적어냈어도 우승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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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는 골프 명문가 출신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미국 프로골프협회 소속 프로골퍼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부모와 함께 PGA 챔피언십 경기장을 찾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2·미국)의 우승 장면을 지켜본 꼬마는 17년 뒤 같은 대회의 주인공이 됐다. 토머스는 “PGA 챔피언십은 내게 특별한 대회이며 가족에게도 영원히 잊지 못할 우승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고 10번홀 버디에 대해서는 “솔직히 볼이 멈춰 있을 수 없는 곳이었다. 결국 중력이 작용했다”며 기뻐했다.

최종성적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4대 메이저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최연소로 이룰 수 있었던 세계 2위 스피스는 1타를 줄여 공동 28위(2오버파)로 마친 뒤 열네 살 때부터 친구로 지낸 토머스를 축하해줬다. 양용은(45)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두 번째로 메이저 우승에 도전한 세계 3위 마쓰야마는 1타를 잃어 공동 5위(5언더파)에 자리했고 안병훈(26·CJ대한통운)은 공동 28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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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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