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현재 공석인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에 노동계 출신 인물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민주노총 출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최고위원과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등이 거론된다. 이 같은 인사가 이뤄지면 일자리위원회와 고용노동부·노사정위 등 노동 정책의 핵심 세 축을 모두 친노동 성향의 인물이 이끌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사용자 측은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15일 노동계와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전날 취임함에 따라 조만간 신임 노사정위원장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노사정위원장에는 문 전 대표최고위원, 단 전 위원장, 심 전 대표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정위의 한 관계자는 “하마평에 대해 우리가 특별히 언급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동안 노동계 출신의 위원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998년 노사정위가 출범한 후 2명의 노동계 출신 인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노총 출신의 김금수 전 위원장과 한국노총에 몸담았던 조성준 전 위원장이 참여정부 때 임명됐다.
정부가 노사정위원장에 노동계 출신 인사를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노동계를 일단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민주노총은 1999년 2월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정리해고와 파견제 허용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계의 또 다른 한 축인 한국노총마저 지난해 1월 양대지침 강행 처리 등에 반발해 노사정위를 뛰쳐나갔다. 이후 노사정위는 사실상 공전(空轉) 중이다. 위원장 자리도 김대환 전 위원장이 지난해 6월 한국노총 파기 선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1년이 넘도록 비어 있다.
경영계 등은 일단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강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현 정부 들어 노동 시장의 운동장이 노동자 쪽으로 잔뜩 기울어 있는데 노사정위원장까지 노동계 출신 인사가 맡게 되면 노사정(勞使政)에서 사(使)는 빠진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며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재계는 노동 거버넌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노동계 출신 인사가 노사정위를 맡으면 일자리 정책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일자리위와 정책 입안 및 집행을 담당하는 고용부, 정책 추진체 역할을 맡는 노사정위 등 노동 정책의 핵심 3축을 전부 친노동 성향의 인물이 진두지휘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일자리위는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와 뜻을 함께하는 이용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는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 출신의 김영주 장관이 각각 맡고 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