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서 미국의 경제정책을 컨트롤하는 국가경제위원회(NEC)의 게리 콘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적 성향에 반발해 사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금융시장이 한바탕 들썩였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유대계인 콘 위원장이 백인우월주의 시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양비론적 시각에 크게 실망해 사퇴할 것이라는 루머가 이날 워싱턴 정가와 금융시장에 급속히 퍼졌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과 인프라 투자 확대를 이끄는 콘 위원장이 백악관을 떠날 수 있다는 소식에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각각 1.24%와 1.54% 급락하며 3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NYT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주의를 강력히 비난하지 않고 샬러츠빌 시위자들에게 맞서 항의시위를 벌인 단체들을 함께 비판한 데 대해 유대계인 콘 위원장이 분노와 혐오감을 표출했다고 보도했다. 경제매체인 CNBC도 콘의 전 직장인 골드만삭스 등 월가 동료들과 지인들이 그에게 사퇴를 제안했다고 이날 전했다.
제프리 소넨필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CNBC에 “기업이 고대해온 세제개혁 추진의 한 축인 콘 위원장이 물러난다면 시장 붕괴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콘 위원장은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며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의 보호무역주의를 견제해 기업과 금융시장의 신뢰가 돈독한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워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미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사태 이후 미 대기업 최고경영자(CE0)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거 등을 돌린 데 이어 콘 위원장까지 사퇴할 경우 정책 불확실성은 물론 정치적 타격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백악관은 이날 오후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백악관 관계자는 “콘 위원장은 업무에 집중하고 있으며 바뀐 것은 없다”며 “(사임설을 다룬) 모든 보도는 100% 오보”라고 해명했다고 CNBC는 전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