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기자의 눈]시중은행 CEO 흔들기 과도하다

금융부 이주원 기자





부산의 BNK금융 후임 회장 선출을 놓고 낙하산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데 이어 대구의 DGB금융도 지주 회장의 사퇴설이 나오고 있다. BNK금융의 경우 성세환 전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상황이지만 DGB금융의 박인규 회장은 은밀히 진행되는 경찰 내사정보가 흘러나와 사퇴설까지 한순간에 비약한 게 다른 점이다.


은행 내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 흔들기는 정권이 교체된 직후나 임기가 만료되는 연임 시점에 줄기차게 흘러나온다. 한 금융지주 회장은 사석에서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가 나올 때마다 “정신없이 일하다 이상한 루머가 나오면 ‘아~ 내 임기가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더 이상 욕먹기 전에 떠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얘기다.

BNK금융은 CEO의 불법이 어느 정도 확인된 것이라면 DGB금융의 경우 아직 확실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회장 사퇴설이 나올 정도여서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잘나가던 대표적 친박 인사인 정찬우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이동걸 산업은행장 등과 묶여 친박 인사로 분류되면서 등을 떠미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금융권 인사는 “시중은행장이 친박이든 친문이든 (은행 경영에)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이냐”며 “정권교체 때마다 주변에서 은행장을 흔들어 바꾸는 게 금융산업 발전은 물론 주주나 정부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치적인 타이밍마다 은행 CEO가 바뀌면 은행들이 오히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고, 정치권과의 인맥 쌓기에 열중하다 보면 내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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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은행들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코드에 맞추느라 인력을 줄여도 시원찮을 상황에서 하반기 공채 규모를 지난해의 2배 가까이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여수신을 하는 것에 국민들이 열광하고 있듯이 이제는 전통적인 은행 창구업무는 비대면으로 가버린 상황”이라며 “시중은행의 고민은 인력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인데 정부의 분위기상 (점포 폐쇄 등)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당국이나 정부의 입김이 센 편이다. 시중은행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인력 채용을 늘리겠다고 영혼 없이 맞장구를 치는 것도 당국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비용 부담은 결국 주주들과 국민들이 져야 한다. 비대면 활성화로 점포의 필요성이 점점 떨어지는데 인력은 계속 뽑다 보니 때가 되면 수천억원을 들여 희망퇴직을 시켜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돼서다. 장기적으로 은행 경쟁력이 떨어져 문이라도 닫게 되면 고객이나 국가에 피해가 되는 것이다.

DGB금융의 내부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법 당국이 아닌 이상 구체적으로 확인할 길은 없지만 단순한 투서를 이유로 ‘회장 사퇴설’까지 나온다면 금융권의 안정성은 어떻게 보장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청와대나 정부의 부담만 더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BNK금융에 이어 DGB금융 회장 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연임 이슈가 있는 KB금융이나 하나금융·우리금융 등은 말할 것도 없이 비교적 리더십이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 신한금융도 한 차례 외생변수로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 내부의 자연스러운 CEO 교체가 아니라 때마다 흔들기로 뭔가를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 청와대나 금융 당국이 확실하게 선을 그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현 정부가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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