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리빌딩 파이낸스 2017]中 "문제되면 그때 규제"...新기술·서비스 테스트 100% 허용

<2회>블록체인 굴기 나선 중국

'규제 샌드박스' 파격 방식으로

시장에 맡겨놓고 전폭적 지원

가상화폐 발행 11위 큐텀 등

글로벌 플레이어 잇따라 등장

벤처기업·투자자·코인거래 등

거대 블록체인 생태계도 구축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공공 블록체인 네트워크 프로젝트 회사 큐텀(Qtum)의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직원은 30여명에 불과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 발행한 코인의 가치는 1조8,000억원에 육박한다./조권형기자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공공 블록체인 네트워크 프로젝트 회사 큐텀(Qtum)의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직원은 30여명에 불과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 발행한 코인의 가치는 1조8,000억원에 육박한다./조권형기자


중국 상하이 창닝구 장수로의 주택가. 일렬로 늘어선 빌라 건물 중 하나에는 전세계 1,000여개의 가상화폐 발행 업체 가운데 11위를 차지하고 있는 큐텀(Qtum)의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큐텀의 직원은 고작 30여명이며 사무실 분위기도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큐텀이 지난해 3월 가상화폐 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 당시 전체 코인 1억개 중 시장에 푼 5,900만개의 가치는 현재 1조원에 육박한다. 사무실에서 만난 큐텀의 한 관계자는 “융통한 자금으로도 충분히 (외형이) 멋있고 세련된 사무실을 얻을 수 있었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이곳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자금 우선 집행 포인트를 사업에만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주택가에서도 요즘 전세계적으로 가장 핫(hot)한 블록체인 기술 업체가 속속 자라나고 있는 것처럼 중국의 블록체인 산업이 무섭게 도약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선전뿐만 아니라 상하이와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블록체인 관련 회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우후죽순처럼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블록체인 분야를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가 방임에 가까울 정도로 전폭적으로 시장에 맡겨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산업에 대해서는 체제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당국이지만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면 나중에 규제해도 늦지 않다’는 사실상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방식의 파격적인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방식은 정부가 사실상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현지에서 만난 중국 민간 업체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우호적이어서 규제 불확실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큐텀도 조 단위의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당장 정부의 규제나 감독에 대한 우려는 적다고 전했다. 패트릭 다오 큐텀 대표는 “중국 규제자들과 ‘클로즈 도어(비공개)’ 미팅을 가지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 정부는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마치 ‘규제 샌드박스’에 있는 것처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중국 정부는 관련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산업 동향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만난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기 판매 업체 비트메인(Bitmain)의 제이슨 즈황 프로젝트 디렉터는 “정부는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에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발전에 대한 국가의 전체적 기획에 호응하며 국가의 각 부서와 중앙은행의 연구와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소재 중국 최대 거래소 후오비(Huobi)의 주하이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지난 1월 정부에서 거래소에 검사를 다녀갔으며 현재는 거래소 관련 규정을 함께 조율 중”이라며 “중국 정부는 이 새로운 산업에 열려 있는 태도로 접근하고 있고 이해도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블록체인 업체들을 만나보면 블록체인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노력하는 방증들을 셀 수 없이 전해 들을 수 있다. 차세대 미래산업 선점을 위해 거대한 중국이 ‘블록체인 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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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산업, 정보기술(IT), 중소기업을 총괄하는 중앙부처인 중국의 공업화신식화부는 ‘중국 블록체인 기술 및 응용 프로그램 개발 백서’를 내놓아 산업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해 12월에는 우리나라 총리실에 해당하는 국무원에서 발행한 ‘13·5국가 정보화 기획’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들어간 상태다.

중국 당국이 블록체인 산업을 전폭적으로 양성하는 의지를 보이면서 중국에는 이미 블록체인 기술를 보유한 벤처기업과 이들에 투자하려는 벤처투자자, 그리고 코인거래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실험하는 수많은 민간 업체들이 구축되는 등 거대한 블록체인 생태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 큐텀의 경우 자동차부품 업체 완샹그룹의 벤처캐피털(VC) 펜부시캐피털에서 초기부터 투자와 경영 지원을 받았다. 중국 블록체인 업체들도 정부의 보이지 않는 ‘후원’과 자금을 대려고 모여드는 벤처투자자들 덕분에 글로벌 톱 업체를 꿈꾸며 다양한 기술 개발과 실험에 거리낌 없이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큐텀은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만든 앱이 모두 호환되는 오픈형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목표로 이는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기술이다.

더 나아가 중국의 블록체인 업체들은 이미 기존 산업의 영역과 결합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상하이에 있는 블록체인 기술 회사인 베체인(Vechain)은 물류나 유통·자동차 등 각 산업 영역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얹기 용이한 블록체인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프랑스 르노 자동차와 자동차의 히스토리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검증했고 한 명품 가방 브랜드와는 가방에 칩을 붙여 생산부터 판매·수선까지 추적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써니 루 베체인 대표는 “여러 기업들과 최대한 많은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블록체인과 코인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금은 프로젝트를 하는 기업들과 공유하는 허가형 블록체인 망이지만 점진적으로 오픈형 블록체인 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정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게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분석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블록체인 기술이 단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하이·베이징=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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