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할아버지 세대가 6·25난민...그 아픔 잊지 말아야"

평범한 대학생 셋, 그리스 난민캠프로 봉사 다녀와 화제

한국외대 김준형·김유한·주기환씨

직접 NGO 지원 따내 24일간 봉사

천진난만한 아이들 모습 가슴 아파

목격한 참상 동화책 '9월2일' 펴내

판매 수익 난민단체에 기부하기로

지난 6~7월 그리스 난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한 김준형(왼쪽), 김유한(〃 두번째), 주기환(〃 세번째)씨 3명과 김민찬씨가 그곳에서 보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난민과 관련한 동화책 ‘9월 2일’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들은 동화책의 수익금을 난민 관련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지난 6~7월 그리스 난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한 김준형(왼쪽), 김유한(〃 두번째), 주기환(〃 세번째)씨 3명과 김민찬씨가 그곳에서 보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난민과 관련한 동화책 ‘9월 2일’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들은 동화책의 수익금을 난민 관련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나 6·25전쟁을 피해 집을 떠났던 일은 우리 바로 전 세대 이야기임에도 우리나라는 난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합니다. 난민의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다른 나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생 셋이 의기투합해 아프가니스탄·시리아 등에서 유럽으로 몰려든 난민을 돕기 위해 직접 해외 비정부기구(NGO)를 찾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 그리스 난민캠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와 화제다. 주인공은 한국외국어대에 재학 중인 김준형(27·아랍어통번역과), 김유한(24·아랍어통번역과), 주기환(26·철학과)씨.


이들은 지난 6월27일부터 7월20일까지 24일 동안 그리스 난민캠프를 직접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난민들의 실상을 몸소 경험했다.

학교 선후배 사이로 평소 난민 문제에 관심이 많던 이들 3명은 국내에서도 사람들이 난민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홍보해왔다. 올해 초 김준형씨가 “직접 우리 스스로 난민캠프를 찾아가 봉사활동도 하고 그곳의 실상을 보자”고 제안한 게 난민캠프 방문 추진의 시작이었다.

김준형씨 일행이 그리스 난민캠프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난민캠프에 들어가기 위해 여러 NGO에 접촉했지만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한국의 대학생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마침 난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그리스의 ‘안젤라릴리프’라는 단체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난민캠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스 난민캠프 봉사활동에 직접 나선 김유한(가운데)씨가 지난 7월 그리스 난민촌에서 난민 어린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김유한씨그리스 난민캠프 봉사활동에 직접 나선 김유한(가운데)씨가 지난 7월 그리스 난민촌에서 난민 어린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김유한씨


이들이 방문한 곳은 3,000여명이 수용된 그리스의 모리아 난민캠프와 1,000여명이 있는 카라테페 난민캠프였다. 난민은 대부분 아프가니스탄·시리아·이라크·파키스탄 등에서 넘어왔다.


김준형씨 등이 직접 본 난민캠프의 생활은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처참했다. 비위생적인 생활에 먹을 것도 풍족하지 않았다. 더욱 마음 아팠던 것은 난민 어린이들의 모습이었다.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왜 여기에 와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이들은 또 일부 난민캠프 관리자로부터 무시당하는 게 일쑤였지만 봉사활동에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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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씨는 “난민 아이들을 직접 보니 생활상이 너무 심각해 전 세계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유한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본 아이들은 그저 마음껏 뛰어놀고 싶어하는 평범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주기환씨는 “난민들이 우리를 처음 봤을 때는 경계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마음을 열었고 특히 아이들은 장난감을 주면 좋아하는 우리나라 아이들과 다를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 대학생은 난민들을 도울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그리스 난민캠프에서 보고 느꼈던 점을 바탕으로 한 난민 동화책을 제작·판매해 수익금을 난민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동화책 제작에는 이들 3명 외에 올해 초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민찬(27)씨가 삽화 담당으로 함께 참여했다.

이들이 출간할 난민동화책 ‘9월 2일’은 10세의 아프가니스탄 난민 어린이와 같은 나이와 생일을 가진 한국의 평범한 어린이를 비교한다. 9월2일은 지난해 시리아 난민 꼬마 쿠르디가 지중해를 건너다 터키 해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날이기도 하다. 이 책이 동화책이기는 하지만 난민에 대한 정보 등을 수록해 아동과 학부모도 함께 읽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김민찬씨는 “이번에 그리스는 함께 가지는 못했지만 난민들의 상황을 잘 표현해 독자들이 난민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9월16일 국회에서 동화책 제작발표회를 연 뒤 10~11월쯤 책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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