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이라 무서울 게 없고 창의력이 뛰어나 쇼트게임 감각도 나쁘지 않아요. 지금처럼만 열심히 해주면 아주 잘할 겁니다.”
24일 프로로 전향한 대형 유망주 최혜진(18)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뛰는 강수연(41)의 입에서다. 강수연은 지난 2015년부터 최혜진의 ‘과외교사’ 노릇을 하고 있다. “(최)혜진이 아버지가 (제가 운영하는) 아카데미로 직접 찾아와 요청하셨다”는 설명.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특히 비시즌에 쇼트게임 위주로 최혜진을 지도하고 있다.
24일 강원 정선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대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강수연은 “되게 밝고 긍정적인 아이다” “멘털도 강하다” “해외 무대를 얘기한다면 미국 쪽과 맞을 것 같다”는 등의 평가를 내렸다. 강수연은 “프로 신분으로 대회에 참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달렸지만 나중에 박세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올 시즌 KLPGA 투어 2승을 거두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에서도 준우승한 최혜진은 오는 31일 한화 클래식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
국내 무대 8승, 일본 3승, 미국 1승을 거둔 강수연은 일본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맏언니다. 1년 만에 국내 대회 출전을 결심한 것도 “맏언니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여자 선수들도 충분히 롱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힘줘 말했다. 강수연은 지난 5월에도 연장 끝에 일본 투어 승수를 추가했다. 나이를 잊은 활약의 비결에 대해 “좋은 음식 많이 챙겨 먹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옛날보다 더 많이 한다. 4라운드짜리 대회는 힘든 게 사실이지만 운동으로 버틴다”고 설명한 강수연은 “우승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데 만족할 따름이다. 쇼트게임으로 먹고 산다”며 웃어 보였다.
강수연은 일찍 선수생활을 접는 선수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저도 30대 때까지는 골프를 즐기지 못했어요. 하지만 한고비만 넘기면 롱런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조금 아쉬워요. 저는 시드(출전권)를 잃을 때까지 계속 뛸 거예요. 지금처럼 골프를 즐길 겁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 첫날 경기에서 강수연은 4오버파로 선방했다. 경기가 오후5시께 천둥 번개로 중단돼 상당수 선수들이 18홀을 다 돌지 못한 가운데 12개 홀을 돈 김지수가 5언더파 단독 선두다. 악천후 탓에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일부 선수들의 스코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신인왕 포인트 2위 장은수는 5번홀(파5)에서 11타 만에 홀아웃, 6타를 잃는 ‘섹스튜플(sextuple) 보기’의 악몽을 겪었다. 오른쪽과 왼쪽 러프를 전전했고 그린 앞 해저드에도 볼을 빠뜨렸다. 18홀을 모두 돈 장은수는 6오버파로 마쳤다. 지난주 일본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리고 참가한 이보미는 전반 9홀을 보기 없이 버디 1개로 마친 뒤 숙소로 향했다. 1라운드 잔여 경기는 25일 오전6시30분 재개된다. /정선=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