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24일 삼성그룹에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검이 예상보다 무거운 ‘징역 12년’을 구형하자 긴장감이 높아졌고 선고를 앞두고는 정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지경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 이슈와 별개로 일을 열심히 해야 하지만 1심 선고가 가져올 후폭풍이 감히 예상조차 어렵다”면서 “연차가 높은 임직원일수록 걱정이 많아 보이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삼성 내부에서 우려하는 것은 컨트롤타워의 붕괴다. 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그룹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진정시킬 주체가 완전히 사라진다. 그룹 계열사의 인사·채용·사업 등 굵직한 사안이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12월 예정이었던 사장단 인사가 올해 말에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유죄가 나오든 무죄가 나오든 삼성그룹이 입은 상처는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년 가까이 이어진 특검의 공세로 이미 ‘삼성은 범죄자’라는 여론이 확산됐고 이 기간에 입은 유무형의 손실은 천문학적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관계자는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을 추월하는 전무후무한 성과를 거뒀는데도 법원 판결 전에 벌써 범죄집단 취급을 받으면서 대내외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