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저귀도 못 믿겠다"…케미포비아 확산

생리대 피해제보 수천건 접수

생활용품 전반으로 불안 번져

수입산 친환경 제품 판매 불티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들이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여성환경연대 관계자들이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생리대·기저귀 등 위생용품에서도 위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케미포비아(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통해 겪었던 화학물질 기피 현상이 다시금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 ★관련기사 18면

여성환경연대는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피해 제보 총 3,009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유사한 릴리안 생리대 피해 사례가 계속 접수되고 있어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회견에 제보자로 나선 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3년 전 릴리안 제품을 처음 사용할 때 생리주기가 22~30일에서 7~8주 단위로 변하더니 다시 3개월에 한 번으로 바뀌었다”며 “불규칙적인 생리주기는 3년간 이어졌지만 스트레스가 문제라고 생각해 계속 써왔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판매업체인 깨끗한나라는 릴리안 생리대 전 제품에 대한 판매와 생산을 중단하고 환불 조치에서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생리대 사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생리대 제조업체 5곳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경쟁사 생리대 제품은 물론 팬티라이너·기저귀 등 관련 제품으로 번지고 있다. 유사한 용도로 사용되는 제품인 만큼 아이들에게도 얼마든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영유아들은 기저귀를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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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기저귀는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를 묻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아이들 기저귀도 못 믿겠다’며 전면조사에 나서달라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인터넷에는 릴리안 생리대 ‘소송’과 ‘환불’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입 친환경 기저귀 공동구매’가 추진되고 ‘천기저귀를 쓰자’는 글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세 살 아이를 둔 직장인 박경림(41)씨는 “급한 마음에 쓰던 기저귀를 놓아두고 친환경 수입 제품을 주문했다”며 “직장인 신분이라 천기저귀를 빨아 쓰는 것은 불가능해 임시방편으로 주문했지만 수입산에서도 유해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얘기가 있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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