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그리는 자체가 행복이자 제 삶의 전부죠.”
데뷔작 하나만으로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만화상인 ‘부천만화대상’과 시민 투표로 선정되는 ‘부천시민만화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가 있다. 데뷔작 ‘여탕보고서’는 여탕 특유의 판타지적 요소가 작가의 섬세한 관찰, 익살스러운 개그 감각과 만나 이전에 볼 수 없던 신선한 재미를 안겨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중견 작가들도 받기 힘들다는 큰 상을 신인으로서 받은 작가는 수상 당시를 떠올리면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연신 머리를 긁적인다. 지난 2014년 혜성처럼 웹툰계에 등장한 웹툰 작가 마일로(27·본명 박지수)가 그 주인공이다.
마일로가 지금까지 펴낸 웹툰은 네이버에 연재했던 ‘여탕보고서’와 현재 케이툰에 연재 중인 ‘극한견주’ 등 단 두 편에 불과하다.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014년쯤 웹툰을 그리기 위해 소재를 고민하다 당시 자주 다니던 목욕탕을 떠올렸어요. 사람들이 여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종의 판타지와 재미있는 일화가 합쳐지면 좋은 반응이 올 것 같아 소재로 삼게 됐어요.”
‘여탕보고서’는 연재 뒤 지난해 1월에는 단행본으로 출판됐다. 이 작품의 인기를 반영하듯 ‘목요커(‘목욕’에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er’를 붙인 신조어)’라는 단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많은 작품이 실시간으로 게시돼 경쟁이 치열한 웹툰 성격상 지금껏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그는 “3~4년 전만 해도 웹툰 작가가 되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진입 장벽이 높았다고 할까”라며 자신은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에는 작가로 데뷔하는 것보다 다음 작품, 그다음 작품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디딘 웹툰 작가로서의 삶. 그는 최대한 욕심 없이 자신의 작품에 부끄럽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 길만이 다양한 작품으로 오랫동안 작가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려고 해요.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 속에 그대로 녹인다는 마음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