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기후변화 아이러니...유럽~亞 북극해 쇄빙선 없이 첫 통과

노르웨이 출발 러 LNG 운반선

19일 만에 충남 보령에 도착

항해시간·온실가스 감축 줄여



지난달 27일 노르웨이에서 출발한 선박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극해를 세계 최초로 쇄빙선 없이 통과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아내렸음을 보여주는 기후변화의 단면이지만 이 덕분에 화물운송 시간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게 됐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노르웨이를 출발한 러시아 해운사 소브콤플로트의 쇄빙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크리스토프 드 마주리’는 19일 만인 이날 충청남도 보령에 도착했다. 상선이 쇄빙선 없이 단독으로 북극해 항로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극해는 기후변화로 해빙이 진행되며 최근 몇 년 사이 항해가 가능해졌지만 쇄빙선이 길을 트고 상선이 뒤따르는 식으로 항해를 해야 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LNG선이 최대 2.1m 두께의 얼음을 직접 깨며 항해를 마침에 따라 본격적인 북극해 항해 시대가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


북극해 항로를 택하면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전통적인 남부 수송경로로 택할 때보다 항해시간을 30% 단축할 수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북극해 항로 개척이 기업들의 시간과 비용은 물론 화물 운송을 위한 연료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게 된 것이다. 소브콤플로트의 빌 스피어스 대변인은 “아이러니한 점은 기후변화로 태평양으로 가는 데 더 적은 연료를 사용하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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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는 북극해를 이용한 화물 수송이 오는 2020년까지 10배 늘어나 연간 6,5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해양학자인 사이먼 복스올은 “내일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더라도 가속도가 붙은 북극의 해빙은 되돌리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2020년까지 북극해 항로는 점점 더 많이 이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환경주의자들은 북극해를 선박이 많이 통과할 경우 깨끗하게 보존돼 있던 자연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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