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제재와 대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한-러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두 장관은 다음 달 초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러 정상회담이 내실 있는 성과를 내도록 하는 한편 양국 간의 실질적 협력을 증진하자는 데도 견해를 같이했다.
이날 양국 외교장관 회담은 모스크바 시내 러시아 외무부 영빈관에서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이미 달성된 양국 관계 수준을 기쁘게 생각하며 양국 관계를 새로운 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관계 발전을 위한 의지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라브로프는 이어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의 양국 대통령 회동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정상들은 앞으로 10일 뒤에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서 다시 만난다”고 소개했다.
이에 강 장관은 “동방경제포럼에서의 양국 정상회담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국제문제뿐 아니라 양자 협력 문제에서도 반드시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화답했다.
장관들은 9월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 기반 공고화, 극동개발 협력 강화, 미래성장동력 확충 등을 중심으로 내실 있는 성과가 도출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반도 위기 상황과 관련해 두 장관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고, 제재와 대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하는 데 있어 한-러 간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강 장관은 특히 러시아 측이 확고한 북핵 불용 원칙에 따라 그동안 한반도 긴장완화와 비핵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온 점을 평가하면서, 러시아가 대북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비핵화 의무를 준수하도록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북한의 핵 개발에 전적으로 반대하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제사회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강 장관은 회담 뒤 모스크바 주재 한국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최근 북한의 도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주목하면서 이런 상황이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면서 “러시아가 대북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러시아가 미국과 북한 간 대화 중재를 비롯해 대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애를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코리아 패싱’(한반도 안보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에 대한 일각의 우려와 관련 “현재 한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우리를 ‘바이패싱’하고 실질적 대화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간의 대화와 한반도 화해 분위기 조성은 한국이 주도하고, 북핵 미사일 문제는 국제적인 최대 안보 현안으로서 국제사회 전체가 같이 해결해야 한다는 데 관련국과의 공감이 있다”면서 “이 두 트랙이 별개는 아니며 어느 한쪽에서 먼저 모멘텀이 시작되면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한 ‘쌍중단’ 구상에 대해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는 북한의 도발 중단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합법적인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맞바꾼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날 회담에선 이밖에 한-러 실질 협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한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자는데도 뜻을 같이했다고 강 장관은 소개했다.
강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외교수석)인 유리 우샤코프와도 만나 한-러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실질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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