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살과 관련 있는 복부, 옆구리, 팔뚝 뒷부분, 허벅지, 턱 아래 살은 웬만한 운동이나 다이어트로도 잘 안 빠진다. 우리 몸이 비상시를 대비해 에너지를 축적해두는 곳이라 다른 부위보다 지방세포가 많기 때문이다. 유산소운동이나 다이어트는 지방세포의 크기를 줄일 뿐 세포의 수를 줄이지는 못한다.
그래서 지방층에 특수 용액을 주입해 지방세포를 분리·파괴한 뒤 빨아내는 지방흡입수술을 선택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피부절개·마취를 해야 하고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데 1~2주가 걸리며 시술 부위에 생긴 멍이 사라지고 부기까지 빠지는 데 2~3주 이상이 걸려 부담이 컸다. 특히 지방을 고르게 흡입하지 못하면 피부가 울퉁불퉁해지고 흔하지는 않지만 사망 사고까지 발생해 수술을 꺼리는 이가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지만 안전한 냉각지방분해술, 고주파·레이저 지방분해술(지방축소술)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세포를 얼려 자연사를 유도하거나 고주파로 지방층에 섭씨 43~45도의 열을 발생시켜 지방세포를 파괴하는 식이다. 효과는 파괴된 지방세포가 대사 과정을 거쳐 사라져야 나타나므로 1~3개월가량 걸린다. 특히 국소 비만이나 군살을 해결하는 데 유리하다. 시술 뒤 곧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고 부기도 하루 이틀 만에 가라앉는다. 오랜 운동이나 식사 조절로도 빠지지 않는 부위, 지방흡입 후의 울퉁불퉁한 피부, 갑자기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 출산 또는 다이어트 후 처진 살이나 노화로 늘어진 부위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는 지난해 미국피부과학회에 레이저를 이용한 국소 비만 치료 사례를 발표했다. 1주일 간격으로 6개월 동안 여성의 복부에 시술했더니 복부 둘레가 3.6㎝ 줄었다. 올해에는 이중 턱으로 고민하는 남녀의 양쪽 턱밑 두 곳에 45분씩 각 1회 냉각지방분해 시술을 해 8주 뒤 지방 두께가 평균 35%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런 시술들이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한국인에 대한 시술 표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의사들이 서양인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시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범준(사진)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팀이 최근 일본의 의학저널 ‘레이저 테라피’에 발표한 논문은 이런 문제 해결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판되고 있는 루트로닉의 비접촉식 고주파 의료기기 ‘엔커브’로 사람의 피부와 가장 가까운 미니 돼지의 복부에 고주파(200W 30분, 300W 20분)를 1주일 간격으로 4회 시술하고 90일간 관찰했더니 지방층이 각각 45%, 56% 감소했다. 홍반 등의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고주파 의료기기를 이용한 지방축소술은 혈관 괴사, 출혈, 피멍, 흉터 등으로부터 자유롭고 부기도 하루 정도면 빠져 시술 부위에 따라 곧바로 또는 하루 정도 뒤에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며 “임상시험을 거쳐 최적의 고주파 대역, 시술 시간 등과 관련한 표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