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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오래 들었을 때 더욱 좋은 음악...박기영의 ‘거짓말’ 같은 비밀

“‘거짓말’ 마스터링이 끝난 8월 12일, 그 날이 정말 행복했어요. 무대 위에서 퍼포머로서의 시간도 좋은데, 작가로서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 역시 굉장히 아끼고 사랑해요.”

“노래에서만큼은 이제 좀 솔직하고 싶었다“고 진심을 전한 가수 박기영이 ‘거짓말’로 돌아왔다.




가수 박기영 /사진=지수진 기자가수 박기영 /사진=지수진 기자


◇ 박기영의 고해성사



박기영의 사계프로젝트 세 번째 앨범인 ‘거짓말’은 작년 10월 폭풍과도 같았던 자신의 내면을 기록해두었던 멜로디와 가사를 가다듬어 지난 4월 스튜디오 라이브 공연에서 처음 선보인 곡.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관계’에 대한 고민과 고해성사를 담았다.

“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많이 하던 중 마치 화산이 분출하듯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했어요. 관계에 대한 큰 후회와 염증, 이해를 느끼면서 만들게 된 곡이죠. 4개월간의 작업을 하면서 녹음실에 매일 매일 출근했어요. 8월 12일 곡이 완성되고 밤새 들었어요.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어요.”

박기영이 진행하고 있는 사계 프로젝트는 작년 12월 ‘겨울’을 담은 ‘자연의 법칙’으로 시작했으며, 세 번째 싱글 앨범인 ‘거짓말’은 늦여름에 발매해 가을을 맞는 감성을 담았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 큰 그림을 그려 놓고 하나씩 사운드를 만들어 밑그림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모든 악기와 보컬의 녹음 첫 단계부터 사운드 스펙트럼을 미리 결정한 후, 각 악기가 갖고 있는 레인지와 음역, 주파수와 공간을 미리 실험하고 선택하여 결정, 믹싱과 마스터링에서의 이펙터 사용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사운드를 찾았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아닌 순수 아날로그 음악으로, 드럼과 베이스, 기타, 그랜드 피아노, 박기영의 보컬과 코러스로만 꽉 채웠다.

“우리 내밀한 이야기에 전자음이 섞이는 걸 원하지 않았어요. 악기와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곡으로 요즘 사운드와는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어요. 요즘 나오는 음원들을 들어보면 ‘사각 사각’ 귀를 자극시켜서 더 듣게 만드는 곡이 있는데, 저는 어느 순간 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소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

이번 ‘거짓말’ 음악이 가장 특별한 점은 드럼 녹음이 오픈 릴 테이프를 통한 원테이크로 진행했다는 점으로, 오픈 릴 테이프는 릴에 감아서 사용하는 녹음테이프로 현존하는 아날로그 오디오 매체 중에서 가장 음질이 좋은 매체로 알려져 있다.

“요즘엔 디지털로 대부분 작업을 해요. 굉장히 자극적이고, 꽂히는 음악을 선호하세요. 점점 그렇게 많이 가시는 것 같아요. 한참 ‘사각 사각’ 믹스 마스터링을 했었어요. 성악쪽 공부를 하면서는 많이 내추럴한 쪽으로 갔어요. 라이브 앨범은 최대 볼륨으로 들었을 때도 전혀 ‘사각사각’ 하는 느낌이 없어요.

밴드 어쿠스틱블랑(박기영 이준호 박영신)의 음악은 중반 지점이었다면, 크로스오버 음악은 바텀으로 내려왔다고 말할 수 있어요. ‘거짓말’ 같은 경우엔 특히 더 그래요. 바텀으로 내려와 있는 소리의 스펙트럼을 들려주고자,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악기의 고유의 사운드를 표현했어요.“



◇ 박기영, “사실은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어”



‘거짓말’은 멜로디가 먼저가 탄생한 곡이 아닌, 가사와 노래가 함께 탄생한 곡이다. 박기영은 상처를 받아서 그 사람을 비난하고 신랄하게 비판하던 와중에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뭐가 다르다고 그런 이야기를 할까’ 란 생각과 함께 그렇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그가 읊조리는 “사실은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어”가 주는 울림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거짓말에 대한 고백을 담은 곡이잖아요. 노래를 녹음할 땐 정말 두 손을 모으고, ‘사실은’...이렇게 불렀어요. 여러 겹이 쌓여있던 모습들이 아닌, 노래 만큼은 내면의 솔직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느 것 하나 꼬지 않고 직설적으로 내뱉었어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어’ 그 말이 제가 처음에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 말 그대로 가사와 음악 그리고 사운드에도 그대로 거짓말하지 않고 고백하고 싶었어요. 그게 이 노래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초반 보이스가 요즘의 사운드에 비해 많이 무거운 것 같다는 말도 들었어요. ‘좀 더 밝게 하면 어떨까?’ 란 의견도 있었는데, 어느 음역대에 하이라이트를 주는 그런 과정을 거치고 싶지 않았어요. 날 것 그대로의 악기가 가지고 있는 소리를 담고 싶었거든요.

기타 녹음 할 때도 주파수를 내렸고, 그랜드 피아노도 아예 뚜껑을 떼버린 뒤 로우 쪽에 마이크를 댔어요. 제 목소리도 ‘사실은’ 그 부분에서, 텔레폰킹 47마이크를 썼어요. 좀 더 중저음 목소리를 빨아들일 수 있도록 신경 쓴 거죠.“

가수 박기영 /사진=지수진 기자가수 박기영 /사진=지수진 기자


◇ 박기영이 고민한 건...‘사운드’ 또 ‘사운드’




“사운드에 대한 고민, 사운드에 대한 소신이 가장 컸다”고 밝힌 그의 노력은 그대로 음악에 반영됐다. 사운드의 퀄리티에 자신감을 보인 박기영은 ‘거짓말’의 보컬 녹음에만 무려 70트랙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중 코러스로 참여한 강성호가 20트랙, 박기영이 40트랙을 각기 다른 음역대와 목소리 톤으로 녹음, 단 두 사람이 마치 60명의 콰이어가 내는 듯한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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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로 녹음할 땐 합주하는 사운드가 그대로 나올 수 있게 철저하게 계산해야 해요. 이펙팅을 거지치 않은 고유의 사운드가 제대로 나올 수 있어야 하거든요. 제가 장담하건대 100번 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요. 사운드에 있어서 만큼은 들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실 거라 믿어요.”

박기영은 사운드가 주는 자극적인 끌림 보다는 ‘무게감’에 집중했다. “사운드가 주는 무게감이랄까. 전 그런 무게감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아델의 음악도 그렇고, 에이미 와인 하우스 음악도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우리나라 가수 중엔 박효신씨 음반이 주는 무게감이 좋아요. 제가 듣기엔 효신씨의 ‘야생화’ 등에서 제가 선호하는 사운드를 발견했어요. 오랫동안 들어도 질리지 않는 계속 좋은 음악이었어요.”

“음역을 바텀으로 내려서 사운드를 잡는 것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그게 답답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으세요. 듣는 이의 ‘귀에 걸리지 않고 쑥 지나가면 어쩌지’라는 두려운 마음이 있으시거든요. 하지만 전 아티스트가 용기를 내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리스너라서 그런지 오래도록 들었을 때 좋은 곡이 좋거든요. 제 음악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뮤직비디오 역시 박기영이 직접 참여하여 곡과의 시너지를 더욱 높였다. 아이디어 구상 단계부터 참여한 박기영은 뮤직비디오의 색감과 구도,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 등에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 곡의 창작자로서 디테일한 해석과 감성을 뮤직비디오에 투영해 완성도를 높였다. 뮤직비디오 제작에는 레이지본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는 노진우 감독이 참여하고, 배우 죠셉 리가 직접 출연했다.

그는 “‘거짓말’의 가사나 음악의 느낌을 뮤직비디오 안에 정확하게 표현을 해준 노진우 감독에게 감사하다”며 웃었다. 특히, 가사보다 음악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기를 지나,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게 가사임을 알게 된 뒤엔 가사의 의미가 음악, 뮤직비디오 안에 제대로 담기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한다. 2010년 ‘아네스의 노래’(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곡) 이후 더 가사의 힘을 생각하게 됐다.

“예전엔 음악 자체가 가진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점점 가사가 가진 메시지 때문에 음악이 탄생하게 됐다고 봐요. 가사 때문에 음악이 이렇게 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 이더라구요. 한편의 ‘시’ 같은 가사를 좋아요. ‘불후의 명곡’ 선곡 작업을 할 때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가사거든요. 가사의 메시지 안에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걸 생각해요. 그 가사의 메시지에 맞는 노래가 이런 장르인데, 이 가사가 저에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면 곡을 해체해요. 그렇게 멜로디도 풀고, 이런 장르로도 갈 수 있겠다 싶으면 가는거죠,”



◇ 배우는 시간과 내 것과 만나는 시간 이후...박기영만의 음악이 탄생

박기영은 음악적인 재능 외에도 상대의 마음을 천천히 열게 하는 마력을 지닌 사람이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목소리 톤은 ‘딱 좋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싶게 만들었다. ‘완전 노력파’라고 스스로 밝힌 박기영은 “쉬다가 배우다가, 쉬다가 배우다가 하면서 한 번씩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가장 크게 오해 받을 때는 타고난 능력으로 노래를 한다고 하실 때에요. 오늘의 제가 있는 건 엄청난 노력과 공부와 고민, 그런 것들이 결집돼서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가수에게 중요한 성대는 근육이고 소모품이에요. 무조건 연습만 많이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연습하고 쉬고 배우는 걸 정말 잘 조합을 해야 해요. 효율적으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무리가 오거든요.

요즘 저의 무대를 보시면서 ‘산소통 몇 개를 매고 노래를 한다’고 해요. 사실 노래를 하는 사람은 그렇게 노력해야 하거든요. 우리 가수들이 기본적인 능력은 다 타고났으니까 노래 하는건데, 그들에 비해 정말 타고난 게 별로 없어요. 많이 찾아듣고 배우고 노력하는거죠. 그 노력이 저를 만든거라고 생각해요. 재능은 아닌 것 같아요. 재능이라고 하기엔 너무 부족한 게 많거든요.“

박기영은 배우고 노력하는 가수다. 그는 다이어트나 몸매 유지를 위함이 아닌, 끝까지 노래를 부르고 싶어 체력을 키운다고 했다. 그렇기에 운동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헬스장을 찾는다. 2012년 tvN 오페라 경연 프로그램 ‘오페라 스타’ 시즌2에 출연해 우승하면서 팝페라라는 장르와 만난 이후론 늘 성악 레슨을 받고 있다.

“늘 배우고자 하고, 음악에 대해 늘 고민해요. 기본을 배우고 제 길을 찾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 조화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배우는 시간과 내 것과 만나는 시간, 이후 배운 것을 다시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 모든 걸 균형 잡히게 해야 하더라구요. 작년까진 레슨을 많이 받았는데 올해는 주로 작업하는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제 것화 하는 시간이죠.”

한편 박기영은 지난 25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사계 프로젝트 세 번째 앨범인 ‘거짓말’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뛰어난 감성과 가창력을 드러냈다. 또한 9월 1일과 2일 양일에는 홍대 무브홀에서 단독 락 콘서트 ‘Moon Night Party Vol.1-PARK KI YOUNG’로 팬과 호흡하며 뮤지션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공연 등을 통해 “클래식을 해도 자신의 베이스는 Rock이라는 신념으로 음악을 해왔다”고 밝힌 박기영의 락 콘서트는 이 날 공개된 풍성한 셋리스트 그리고 공연의 열기를 더해줄 맥주와 함께 그 어떤 공연보다 뜨거울 예정이다.

첫 곡인 ‘마지막 사랑’부터 ‘나비’, ‘불면증’, ‘시작’ 등 총 18곡을 담았다. 세트 리스트엔 ‘달무리’, ‘하룻밤의 꿈’, ‘Lonely Night’ 까지 이름을 올려, 그동안 무대 위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박기영의 다채로운 면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박기영은 탱고 마에스트로 한걸음과의 열애설을 인정하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대중의 관심을 뜨겁게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기영과 무용수 한걸음은 지난해 5월 KBS 2TV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다’ 가정의 달 특집 무대를 준비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탱고 사제지간으로 지내다 올해 초부터 연인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기영은 28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걸음 선생님은 저와 함께하기로 한 분이 맞습니다“라며 ”아직은 정확히 날짜를 정한 게 아니라서 언제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날 좋은 날 가족 친지들과 조용히 식사하는 자리로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될 테니 별 일 아닌 듯 편안히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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