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중국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철강 생산량을 1억5,000만톤 감축하는 안을 미국에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 이를 거부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연간 12억톤의 철강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4억톤이 과잉생산분으로 추정된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저가 철강제품이 전 세계에 넘쳐난다”며 폭탄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자 백악관 측에 철강 생산을 줄이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중국의 감축안을 지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이어 같은 달 19일에 열린 미중 경제대화에서도 왕양 중국 부총리가 로스 장관에게 감축안을 제시했으며 로스 장관은 이를 재차 백악관에 보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퇴짜를 놓았다. 미 정부 관계자는 “로스 장관이 몹시 충격받은 모습이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FT는 미 정부의 관세 폭탄을 피하려던 중국 정부가 이 같은 미국의 태도에 크게 당황했으며 그 결과 미중 경제대화는 당초 예정됐던 기자회견이나 공동성명 발표도 없이 끝났다고 전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제안한 감축량은 꽤 많은 양”이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초과 생산량에 대한 관세 부과 등 다른 방식의 해법을 원했기 때문에 양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백악관 내 대중 무역 강경파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미중 무역관계를 재설정(리셋)하기를 원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크리스 존슨 전 CIA 중국수석분석가는 “배넌 전 수석은 중국과의 경제전쟁을 위한 뮤즈였으며 그가 (백악관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대중 강경 노선은)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백악관은 FT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내각 관료들과의 내부적인 의견교환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