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롯데 지주사 전환...순환출자 고리 67개서 18개로 단순해졌다

[4개사 분할합병안 통과 10월초 지주사 공식 출범]

신동빈 회장 지배력 커지고 일본계 주주 영향력은 줄어

경영은 황각규와 투톱체제로...경영능력 입증 등은 과제

3015A14 롯데그룹 지주사 구조




재계 5위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지배구조에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푸드·롯데칠성음료 등 4개사의 분할 및 분할합병 안건이 29일 임시주총에서 통과되면서 지주사 출범이 가능해져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배가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를 대거 해소함으로써 지배체제와 경영권을 공고히 다지는 계기를 잡았다. ‘뉴 롯데’를 향한 첫발을 뗀 것으로, 신 회장으로서는 지주사 출범이 그룹 가치 제고에 최상의 해법임을 경영 성과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압도적 지지로 안건 통과…롯데지주 10월 출범=주총 안건은 각 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 출석 의결권수의 3분의2 이상이 동의해야 통과된다. 이번 안건에 대한 찬성표는 4사 모두 참석 주주의 90%에 육박했다. 당초 예상대로 신동주 전 부회장의 막판 뒤집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승인으로 4개사는 각각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이 중 4개 투자회사를 다시 그룹의 ‘모태’격인 롯데제과의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하나의 지주회사로 합병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지주가 보유하게 되는 제과·칠성·쇼핑·푸드 등의 지분은 20∼50%에 이를 전망이다. 오는 10월부터 출범하게 되는 롯데 지주는 자회사 경영평가, 업무 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을 맡는다. 그룹 관계자는 “이미 상장사인 4개사가 투자와 사업부문으로 쪼개지면서 투자부문을 합병한 회사인 롯데지주가 향후 상장하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주사 경영은 신 회장과 황각규 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이 투톱 형태로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순환출자는 단순화, 지배구조는 강화=경영권 분쟁 이후 남아있던 67개의 순환출자 고리는 합병 후 18개까지 줄어들게 된다. 실타래처럼 꼬인 순환출자 고리가 대폭 줄어 경영 투명성도 높아지게 됐다.


아울러 여러 계열사에 흩어져있던 신 회장의 지분이 지주사로 통합되는 만큼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 또한 강화될 전망이다. 롯데제과 8.78%, 롯데쇼핑 13.46%, 롯데칠성 5.71%, 롯데푸드 1.96% 지분을 갖고 있던 신 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사에 대한 지분을 10.5%까지 올리게 된다. 앞으로 경영권에 직접 도움이 안 되는 계열사 지분을 팔고 이 자금으로 지주사 지분을 더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율이 현물출자와 신주인수 등을 거치며 현재 4개사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율보다 커질 것”이라며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신 회장 측 지분율이 최대 50%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련기사



지주사 출범으로 중간 지주 성격이 강했던 호텔롯데의 위상도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롯데지주가 보유하게 될 계열사 지분이 호텔롯데보다 많아져 한국 롯데에 대한 일본계 주주의 영향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간 호텔롯데 지분 98% 이상을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보유해 롯데그룹을 둘러싼 ‘일본기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영 능력 입증해야…재판 등은 부담=난관도 적지 않다. 신 회장은 일단 “롯데쇼핑의 사업 위험을 3개사 주주에게 떠넘기려는 술책”이라며 지주사 체제에 반대한 일부 주주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해외 투자자 등의 기업 가치 증대 요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주주 친화 정책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8월 신 회장은 배당성향을 2배 이상 올리고 중간배당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금융사 지분 처리 문제도 쉽지 않다. 롯데카드와 캐피탈의 최대주주는 애초 롯데쇼핑이었다. 이번 분할 합병으로 이들 금융사도 지주에 편입됐다. 하지만 지주 안에는 금융계열사를 둘 수 없어 향후 2년 내 금융 지분을 팔아야 한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신 회장의 재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신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은 뇌물공여혐의로 기소된 상태. 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면세 사업권 사수와 맞물려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만약 신 회장이 유죄를 선고받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정상적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그룹 계열사가 모두 모이는 완전한 지주체계도 아직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룹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호텔롯데와 지주사와의 합병, 롯데케미칼 편입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주사와 호텔롯데의 상장만 계획하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이상훈·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김우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