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기획재정부의 부처별 예산안을 보면 공정위의 내년 세출 예산은 1,194억원으로 전년보다 6.5% 증가했다. 올해 증가율이 1.9%였으니 증가 폭이 3배를 넘는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과 골목상권 보호 등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인데 정원이 큰 규모로 늘어난 덕이 컸다. 공정위 정원은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기업집단국 등의 신설로 60명이 늘었다. 올해 초 예정됐던 증원 규모 6명보다 10배가 많다.
문재인 정부가 일찌감치 “복지·고용 중심 국정 운영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큰 폭의 예산 증가가 예고됐던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각각 증가율 30.1%와 11.4%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교육부와 국방부도 각각 10.6%, 6.9% 예산이 증가했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간판을 바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에서 부로 승격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예산이 각각 0.6%,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 전체 예산이 지난 2009년 이후 최고 증가율(7.1%)을 기록했지만 이들 부처는 지출 증가의 수혜를 거의 보지 못한 셈이다.
예산이 늘기는커녕 줄어든 부처도 적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환경부는 2.5%, 산업통상자원부는 2.9%, 국토교통부는 3.5%, 문화체육관광부는 9.2%가 올해보다 예산이 줄었다.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정부가 복지·고용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예산이 쪼그라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익부 빈익빈’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의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연평균 9.8%씩, 교육 분야는 7.0%씩 늘릴 계획인 반면 환경은 1.6%, 산업·중소기업·에너지는 1.5% 줄일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환경과 산업 분야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2017년 연평균 2.3%, 0.9%씩 꾸준히 예산이 늘어왔기 때문에 환경부와 산업부 등의 박탈감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등과 연관이 깊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무려 7.5%의 예산 삭감이 예정돼 있다. SOC 예산은 박근혜 정부 때도 연평균 2.7%씩 줄어왔으나 새 정부 들어 축소 수준이 더 커지게 됐다. 예산이 삭감된 부처의 한 관계자는 “복지에 밀려서 우리 부처의 중요도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