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빠르게 상승하며 한때 2,4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가 최근 정체된 가운데 해외채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식보다 안전하면서도 일반 국채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하이일드 채권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3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채권 펀드로는 1조4,282억원(29일 기준)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동안 국내채권형으로는 3,957억원이 유입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해 4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특히 주식형 펀드와는 더욱 대조적인 흐름이다. 국내주식형 펀드는 연초 이후 5조2,013억원이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로 빠져나갔다. 해외주식형 펀드는 360억원이 유입되는 데 그쳤다.
해외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의 인기가 높았다.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은 투기등급(BB 이하)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이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부도율은 낮아지고 있지만, 이자 수익은 높아 매력적이다. 미국 하이일드채권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0%가 넘는 누적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으로 유입된 자금은 올해 8,069억원으로 전체 해외채권 펀드 순유입액의 절반이 넘었다. 이어 전 세계 선진국·신흥국에 골고루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 펀드로 4,326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증시 등락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투자하려는 수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 들어 증시가 오르자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도 다소 높아지면서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 대한 인기가 더욱 돋보인다는 것이다.
오온수 KB증권 멀티에셋전략팀장은 “지난해까지 이어진 박스권 증시 속에서 하이일드 채권, 배당주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인기가 높았다”며 “올 들어 증시가 한 단계 레벨업되자 ELS 등은 인기 상품에서 탈락하고 하이일드 채권이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글로벌 자금동향을 봐도 일반 국채보다는 하이일드 채권, 주식이라면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등 비교적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하이일드 채권 펀드들이 하이일드 채권 중에서도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을 위주로 투자하고 투자 지역도 분산하는 등 안정성을 강화했다는 점도 수요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개별 펀드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펀드는 ‘AB글로벌고수익(연초 후 5,689억원)’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1,771억원)’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플러스(1,691억원)’ ‘미래에셋인도채권(1,650억원)’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1,537억원)’ ‘미래에셋미국달러우량회사채(1,167억원)’ ‘JP모간단기하이일드(412억원)’ 등이었다. 전체 해외채권 펀드와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이 각각 3.49%, 4.23%로 국내주식형 펀드(16.23%)에 비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