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가 나서지 않을 경우 통상임금의 범위를 둘러싼 사용자와 근로자 간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1일 “임금 회계를 담당하는 근로자뿐 아니라 법률가조차도 일일이 정기성·일률성 등을 해석해야 하는 식의 통상임금 개념은 언제라도 노사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통상임금의 명확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지난 1982년, 고용노동부 예규는 1988년 각각 통상임금의 기준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법정에서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다퉈야 할 만큼 불명확한 것이 현실이다.
시행령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일급·주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으로, 예규는 소정근로시간에 대해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해진 기본급 임금과 정기적·일률적으로 1임금산정기간에 지급하기로 정해진 고정급 임금으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근거 규정이 이처럼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보니 소위 운에 따라 통상임금의 범위가 그때그때 결정되고 있는 양상이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는 “현대자동차가 통상임금 2심 재판까지 승소한 것은 상여금 시행세칙에 재직자 조건이 있었기 때문인데 사실 현대차가 세칙에 재직자 요건을 넣은 것은 사무적 우연이지 노사 관계에 특별한 의미를 가졌던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로 인해 기아차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고 현대차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법률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동시에 문제의 발단이 된 임금체계 개편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임금체계는 통상임금의 모수였던 기본급을 올리지 않으려는 기업의 입장과 수당 신설을 업적으로 삼아온 노동조합의 관행이 맞물려 형성된 측면이 있다”며 “기본급 비중은 적고 상여금과 수당의 비율은 큰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통상임금 문제에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