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日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막판 대혼전

웨스턴디지털과 세부조건서 이견

이사회서 독점 교섭권 결정 못해

막판 애플까지 가세하며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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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20조원 규모 일본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매각이 막판 대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도시바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아닌,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속한 신(新) 미·일 연합에 독점 교섭권을 부여하리라는 관측을 깨고 인수전을 다시 안갯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도시바는 31일 오전 개최한 이사회에서 웨스턴디지털 등이 속한 신 미·일 연합에 독점 교섭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도시바는 대신 “모든 인수 후보와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만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웨스턴디지털 등 신 미·일 연합 뿐 아니라 SK하이닉스와 미국 베인캐피털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 대만 훙하이 등 3곳의 인수 후보 모두와 매각 협상을 더 하겠다는 것이다.

도시바는 당초 이날 이사회에서 웨스턴디지털 등 신 미·일 연합에 독점 교섭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오랜 동업 관계를 내세워 ‘우리 동의 없이는 매각할 수 없다’며 매각을 국제 소송전까지 끌고 간 웨스턴디지털의 압박에 도시바가 굴복해 판세가 기울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과 매각을 위한 세부 조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매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의 향후 경영 참여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것처럼 웨스턴디지털과도 같은 문제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 모두 향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CB) 출자 형태로 참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 연합이 전날 애플이 참여하는 새 인수안을 제시한 것도 도시바 이사회가 이날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중요한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NHK 등에 따르면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는 애플이 3,000억엔(한화 3조1,500억원)을 제공해 한·미·일 연합에 합류하는 방식의 새로운 인수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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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캐피털과 도시바가 도시바메모리 주식을 각각 46%씩 갖고 애플이 3,000억엔을 넣어 도시바가 요구하는 총액 2조엔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이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주요 고객사라는 점에서 도시바가 이런 제안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도시바와 신 미·일 연합 간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한·일 미·일 연합의 ‘애플 카드’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주효했던 셈이다. 웨스턴디지털과의 소송이 해결돼 일본 산업혁신기구에 지분 매각이 가능해지면, 이 기구에 주식 일부를 넘기겠다는 제안도 더해져 도시바의 국부 유출 우려도 잠재웠다.

채권단으로부터 반도체 매각 압박을 받고 있는 도시바로서는 골치 아픈 고민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됐다. 여기에 대만 훙하이도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제휴라는 새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동업자’ 관계를 내세우는 웨스턴디지털이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 한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웨스턴디지털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공식적으로 3곳의 인수 후보 모두와 협상하겠다고 밝힌 만큼 SK하이닉스 진영이 지난 6월 얻었던 우선협상 지위는 의미가 없다”면서 “매각 자체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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