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김현희의 미술경매] '누가 갖고 있었나'에 따라 그림 가격 몇배 껑충

전두환 前대통령이 소유한

이대원 화백의 수작 '농원'

경매 시작가의 2배 넘은

6억6,000만원에 낙찰

작품 자체 내용도 좋았지만

'소장 이력의 가치' 보여줘

이대원의 ‘농원’은 전직 대통령이 소장했다는 이력 때문에 3억원에 경매를 시작해 2배 이상인 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사진제공=서울옥션이대원의 ‘농원’은 전직 대통령이 소장했다는 이력 때문에 3억원에 경매를 시작해 2배 이상인 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사진제공=서울옥션


전시장에서 작품을 마주할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붓을 움직여 작품을 완성했을까. 몇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작품은 어떤 시간을 지나왔을까.

내 나이보다 오래된 작품들을 대할 때 종종 그 작품 속에 담겨있는 삶을 떠올려본다. 때로는 전쟁의 포화를 견디고 살아남아 건재함을 보여주는 작품이 있고, 멀리 외국을 돌아돌아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작품도 있다. 경매를 준비하며 작품의 이력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작품 속에 담긴 다양한 역사를 만나게 된다.

김환기의 한 작품은 작가가 작품을 그리던 1950년대 초 그의 서울 작업실을 촬영한 사진 속에서, 또 작가가 프랑스 파리로 간 1950년대 중반 파리의 작업실 사진에서 다시 한 번 얼굴을 보여줬다. 즉 서울에서 그리던 이 작품을 프랑스까지 가지고 가서 그리고 또 그려 완성한 것이었다. 이러한 소장 이력과 증거는 작품의 진위를 보증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작품이 어떠한 과정으로 그려졌는가를 확인할 수 있기에 작가의 제작 과정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작품에도 저마다의 삶이 있다. 그리고 그 삶의 층위는 다양한 해석을 낳고, 때로는 금전적인 가치를 더하기도 한다. 모든 작품은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미술시장의 중심에서 일하는 경매사로서 작품이 견뎌온 삶의 과정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잣대는 작품의 가격이다. 다른 것이 아닌 예술의 결과물이기에, 미술품의 가격 결정 요인은 꽤나 복잡하다. 작가가 누구인지, 이 작품은 그 작가의 어느 시기에 그려졌는지, 어떤 주제를 가지며 그 주제는 작가에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작품의 크기와 재료는 무엇인지, 작품의 상태는 어떤지 등등.

관련기사



이처럼 다양한 요소에 의해 작품의 가격이 변동한다면, 그 중 드라마틱하고 때로는 애잔한 스토리로 작품의 가치를 더하는 것이 바로 ‘프루브넌스(provenance)’ 즉 소장 경로이다. 작가가 그려낸 작품을 누구에게 주고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져왔는지, 혹은 어떤 전시에서 어떻게 선보여졌는지, 어떤 금액으로 거래되었는지 등, 작품의 내용과는 별개로 작품을 둘러싼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소장의 이력 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난 2013년 말, 큰 화제를 일으킨 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이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미술품들이 대중 앞에 공개됐다. 추징금 환수라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경매라는 방법을 통해 판매를 진행하게 됐다. 당시 거래된 작품들은 많은 이야기 거리를 낳았고 높은 낙찰률을 기록하며 팔려나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 바로 이대원(1921~2005) 화백의 ‘농원’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거실에 걸려있었던 이 그림은 가로의 길이가 3m에 달하는 큰 작품이었고, 이 정도 크기의 대작을 그리기 위해서는 작가의 많은 수고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수작이었다. 이 작품은 이대원 화백의 작품을 수록해놓은 도록의 표지작일만큼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끈 이유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이의 거실에 걸려진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작품은 당시 시작가 3억원으로 출발해서 호가는 3,000만원씩 진행됐고 많은 사람들의 경합 끝에 결국 6억 6,000만원에 낙찰됐다. 당시 경매를 진행했던 나에게 가장 많이 쏟아졌던 질문은, 과연 그 작품이 2배 이상의 경합을 이끌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관한 부분이다. 당시 나의 대답은 바로 그것이 ‘소장이력이 가지는 가치’라는 것이었다. 작품 자체로도 내용이 충실한 좋은 작품이었지만, 2배 이상의 경합을 이뤄낸 중요한 요소는 바로 소장 이력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분의 공과를 떠나 일국의 대통령이 갖고 있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작품에 의미를 더하기 충분했던 것이다. 작품이 탄생하고 걸어가는 길은 이렇게 모두 다르다. 마치 우리의 삶이 각각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서울옥션(063170) 경매사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