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청와대와 정부·군 당국은 긴급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북한이 실질적으로 안보상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음에도 청와대는 여전히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이어서 사태의 심각성 인식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이 일어난 후 오후1시30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약 1시간30분간 이어진 회의는 엄중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북한 스스로) 고립을 더욱 가중시키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전략적 실수”라고 개탄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로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분노와 응징’ 발언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경고했던 ‘분노와 화염’ 경고에 버금갈 정도로 강도가 높다.
그러나 정작 청와대 참모진은 수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ICBM 장착용 핵실험 성공 주장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많고 (사실관계가) 확인된 바 없다”며 “아직 (ICBM급 핵미사일의) 완성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했던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북한이 아직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음을 시사하려는 뉘앙스가 포함됐다. 하지만 북한은 ICBM이 없더라도 이미 실전배치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기술완성 단계에 들어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만으로도 한국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 따라서 레드라인을 우리 국민의 시각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잡고 대북전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청와대와 정부·군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고 북핵 동결 및 포기를 압박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정 실장은 이와 관련해 “오늘 (NSC) 회의에서 북핵 시설과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우리 군의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동맹 차원에서 미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적이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려운 스텔스전투기 F-22와 활주로 없이도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스텔스전폭기 F-35B의 국내 배치가 유력시된다. 일각에서는 세계 최강의 전략구축함으로 평가되는 줌왈트급 함정을 미군이 배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중 F-35B나 줌왈트급 함정은 유사시 각각 전술핵 폭탄이나 전술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어 유사시 북한의 핵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핵우산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날 NSC 회의가 진행 중이던 오후1시45분부터 20분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20분간 통화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인공지진이 감지된 직후 전군에 대북 감시와 경계 태세를 격상하도록 지시했다. 군 당국은 한미 공조 하에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앞으로 군사적 대응 방향은 북한의 핵 실험 성공 분석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군 당국은 미군과 함께 다양한 대응 방안 시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