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공무원 정년



조선 시대에는 공직에서 물러난 신하들을 예우하기 위해 기로소(耆老所)라는 기구를 운영했다. 일흔 살을 넘은 정2품 이상의 문관 출신 퇴직자들이 모여 중요 행사 때 하례를 하거나 국사를 자문하는 최고의 자문기구였다. 그만큼 입소조건이 까다로워 500년 역사를 통틀어 기로소에 들어간 신하는 700여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또 조선의 왕들은 70세 이상의 신하가 물러나면 지팡이와 일종의 의자인 안석(案席)을 하사하는 사궤장이라는 연회를 열었다. 의자와 지팡이에 의존해서라도 임금 곁에 오래 머물면서 국정을 도와달라는 취지였다. 궤장을 받은 신하는 국가 원로로 존경받았고 자손들이 공직에 특채되는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세종은 황희 정승이 나이가 들어 관직에 머물기 힘들다고 호소하자 궤장을 건네주며 퇴직을 만류했다. 그는 결국 86세까지 현직에 머물러야 했다.


우리나라에 처음 공무원 정년제도가 도입된 것은 1963년 국가공무원법이 바뀌면서다. 당시에는 5급 이상 61세, 6급 이하 55세 등으로 직급과 직종에 따른 정년제를 도입했으며 1998년에는 20년 이상 근속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제도를 실시했다. 전체 퇴직자에서 정년 퇴직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대 중반만 해도 20% 미만에 머물렀지만 2000년대 들어 50% 수준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관련기사



최근에는 공무원 정년기준을 높이거나 아예 폐지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영국에서는 ‘최대 정년제’라고 해서 공무원이 70세가 되면 퇴직해야 하지만 필요에 따라 추가 근무까지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정년 이후에도 시간제 근로제도로 각종 수당을 90% 이상까지 보장해주고 있다. 이렇게 각국은 경제구조나 인구학적 속성 등에 따라 다양한 정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19년부터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일반 기업으로 정년 연장을 확대하는 파급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공무원 정년 연장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공론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데 공무원만 호시절을 누린다는 비판여론이 높은 탓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