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재정지원 확대와 국공립유치원 증설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이달에만 두 차례 휴업을 예고해 ‘보육대란’이 우려된다.
특히 이들이 집단휴업에 나서겠다고 한 날이 오는 18일 하루, 추석 전 주인 25~29일 5일이어서 추석을 앞둔 맞벌이 부부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5일 휴업이라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어떻게 아이를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느냐”며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사립유치원들은 오는 18일 정부 재정지원 확대와 국공립유치원 증설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1차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1차 휴업 이후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추석 전주인 25~29일 5일간 2차 휴업을 하기로 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번 휴업에 전국 사립유치원 4,100여곳 가운데 90%가량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사립유치원들은 각 가정에 가정통신문을 보내 휴업 계획을 통보했다. 사립유치원들은 휴업에 앞서 오는 11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도 열 예정이다.
사립유치원들은 국공립유치원은 원아 1인당 한 달에 98만원을 지원받는 데 비해 사립유치원은 29만원(방과후과정 7만원 포함)만 지원돼 불평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재 25% 수준인 국공립유치원 비율을 오는 2022년까지 40%로 높이겠다는 정부의 유아교육 정책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공립유치원 비율이 높아지면 재정 상황이 열악한 사립유치원의 다수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사립유치원 측은 “모든 어린이는 공립과 사립을 떠나 평등한 정부 지원을 받으며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재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은 국공립의 3분의1 수준에 그쳐 심한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립유치원의 집단 휴업 예고에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예고된 2차 휴업일이 추석 전주 5일 전체여서 타격이 더욱 크다. 맞벌이를 하는 김모씨는 “당장에 유치원이 휴업을 하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주변 엄마들하고 품앗이 보육을 해야 할 지 얘기하고 있다”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5일이나 휴업을 한다면 정말 대책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부 강모씨도 “우리 동네는 아파트 단지별로 사립유치원이 정해져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31일에 원비를 선불로 다 받아놓고 이렇게 2주 연달아 쉬면 어쩌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과 함께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사립유치원들이 실제로 단체행동에 들어갈 경우 학습권 침해 행위로 간주하고 엄정 대처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이 자율휴원을 하려면 운영위원회 등을 거쳐 결정한 뒤 관할청에 보고해야 하고 임시 휴업도 긴급재난 등 때만 가능하다”며 “휴업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