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매년 하반기 채용설명회에 직접 참석한다. 지난 2007년 사장 취임 이후 올해까지 11년째다. 올해도 4일 연세대를 시작으로 오는 19일에는 한양대를 방문해 최고경영자(CEO)가 취업준비생들에게 증권업계의 현황과 취업 팁을 알려준다. 그런데 유 사장이 채용설명회에서 하는 말을 듣자면 의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채용설명회에서 증권맨은 ‘을(乙)’도 아닌 ‘정(丁)’이라며 “증권사에 입사하지 말라”고 한다. 유 사장은 “증권맨은 매일 퇴근할 때마다 밥값은 했는지 심판받는 것을 견딜 수 있는 각오가 필요하다”며 “각오가 된 사람만 지원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어렴풋하게 상대적으로 제조업보다 연봉이 높다는 기대감이나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생각한다면 일찌감치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말이기도 하다.
한투는 2005년 이후 13년 동안 단 한 해도 신입사원 채용을 거른 적이 없다. 올해도 공채로만 100명 가까운 인력을 뽑을 계획이다. 지난 10년 동안 증권업이 불황에 시달리다 최근에야 살아나는 모습에 여타 증권사들이 신입사원 대신 당장 성과를 내는 경력사원을 찾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증권사 수익의 바로미터인 코스피지수가 지겹게 박스권을 맴돌았던 시기에도 한투는 고집스럽게 매년 100명 가량의 신입직원을 선발했다.
유 사장은 ‘인재가 곧 회사의 기반’이라는 굳은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각오가 남다른 인재를 찾는다. 유 사장이 증권맨은 ‘정 중의 정에 속한다’고 채용설명회 자리에서 매년 말하는 것도 정의 정신으로 항상 겸손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유 사장은 “증권사만큼 개인 역량에 따라 생산성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도 없다”며 “개인 실적이 가장 계량화되기 쉬운 조직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직업의식 없이 지원한다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개인 실적에 따라 회사 실적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좋은 인재를 선발하려는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 사장은 취준생들의 ‘선택과 집중’도 부탁했다. 그는 “구직자들이 인턴·자격증 등 스펙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꿈을 구체화하는 ‘하나의 스토리’를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도 7일 서울대, 18일 고려대에서 열리는 채용설명회에 참석한다. 한투는 인재중시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오너와 CEO가 채용설명회 단계부터 직접 현장에서 취준생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