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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황금빛 내 인생’, ‘신데렐라·막장’ 너머의 웰메이드스러움

‘황금빛 내 인생’이 단 2회 만에 시청자들을 급속도로 흡수하고 있다. 초반의 흥행 의구심을 단번에 씻고 시청률 20%대에도 진입했다.

/사진=KBS2 ‘황금빛 내 인생’ 방송 캡처/사진=KBS2 ‘황금빛 내 인생’ 방송 캡처





지난 2일부터 KBS 새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하 ‘황금빛’)이 방영을 시작했다. 동시간대 전작 ‘아버지가 이상해’가 최고시청률 36.5%로 워낙 큰 인기를 끌었던지라 후속작이 그만큼의 관심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황금빛’은 주연 라인부터 그다지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지는 못했다. 5년 전 성추문 논란을 딛고 겨우 안방극장에 복귀한 박시후가 남자주인공, 그간 조연에서 첫 주연을 맡은 신혜선이 여자주인공으로 나섰다. 요즘 대중이 주목하는 스타급 배우들은 아닐뿐더러, 오히려 모두가 의구심을 가진 ‘모험’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박시후와 신혜선은 물론, 서브롤인 신예 이태환, 서은수, 그밖에 기성세대 배우들까지 모두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각각의 역할을 소화했다. 신혜선은 돈도 빽도 운도 없는 3無녀 서지안으로 ‘N포 세대’의 애환을, 박시후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해성그룹 외아들 최도경 역을 각자의 색깔에 맞게 표현했다.

서태수(천호진 분)네 가족들은 부도 이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족끼리의 의리로 따뜻함을 잃지 않는 삶을 살고 있으며, 해성그룹 일가는 화려한 배경을 가졌음에도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1회에서는 주인공 서지안과 최도경이 추돌사고로 인연을 맺게 되는 장면이 다소 구태의연하게 그려졌다. 흙수저 집안에서 정직원을 바라며 혹독한 인턴 생활을 하는 서지안, 나름 서민에게 베푸는 삶을 즐기는 허당기 있는 최도경의 모습은 여느 드라마에서 봐왔던 주인공상 이었다. 안정적인 연기력만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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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회에서 단번에 제작진의 실력이 빛을 발했다. 모두가 ‘금수저 VS 흙수저의 구도’ ‘잃어버린 친자 찾기’로 전체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구조는 상당히 빠른 흐름으로 전개됐다. 흙수저인 서지안과 서지수 중 해성그룹의 핏줄이 있다는 99.9999%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온 것. 친모 노명희(나영희 분)가 딸을 데려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황금빛’이 그저 그런 막장 스토리가 아닐 것이라 기대되는 점은 ‘신데렐라의 탄생’이 시작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드라마들은 신데렐라의 탄생을 최종 목표로 삼았다. 부자 애인, 부자 부모를 만나기까지 힘겨운 시련을 한참 겪고 나서야 그에 대한 보상으로 ‘신데렐라의 권위’를 내려준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신데렐라가 되기 힘든 현실 속에 살고 있다. 현실은 각박하고 금수저로의 진입 장벽은 훨씬 높아졌다. 취업, 연애, 결혼, 내 집 마련 등 기본적으로 누려야 마땅한 것들이 ‘꿈’으로 남는 지경이다. 이를 철저히 반영한 ‘황금빛’에서는 실제 등장인물이 연애를 사치로 여기고, 인턴 신분에서도 정직원을 뛰어넘는 업무량을 야근까지 해가며 소화한다.

‘찬란한 유산’ ‘검사 프린세스’ ‘내 딸 서영이’ 등 명품 필력을 자랑한 소현경 작가와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으로 섬세한 연출력을 보인 김형석 PD의 실력이 이러한 공감을 잘 자아내고 있다. 금수저를 향한 흙수저들의 ‘사이다 한 마디’로 막힌 속을 뻥 뚫어줌과 동시에 서태수 일가의 일상 속 서로를 보듬어주는 사랑이 안방극장에 따스함을 선사한다.

덕분에 ‘황금빛’은 2회 만에 시청률 23.7%를 돌파했다. 앞으로는 서지안과 서지수 중 누가 딸이냐, 신데렐라로 변화한 삶은 어떨까의 문제를 넘어서는 ‘울림’을 초점으로 맞출 전망이다. ‘왜 나는 금수저가 아닐까’라고 좌절하는 이들에게 ‘황금빛’은 그 너머에 있는 가치와 본질을 생각게 하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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