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과 삼성은 ‘완벽한 조합(Perfect Fit)’입니다. 하만의 오디오·음향 제어 기술·자동차에서의 전문성이 삼성의 모바일·가전·반도체·인공지능(AI)에서의 강점과 접목돼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마이클 마우저 하만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부문 사장)
지난달 31일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2017)에서 만난 하만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와의 시너지를 확신하고 있었다. 마이클 마우저 사장은 기자들에게 삼성전자와 하만이 만들어나갈 AI 생태계 지도를 보여주면서 ‘집 안’과 ‘집 밖’에서 모든 사물과 사람이 연결되는 청사진을 밝혔다. 아울러 IFA에서 아마존 AI 음성비서 ‘알렉사’, 구글 AI 플랫폼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스피커 2종을 선보이며 AI 스피커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자신했다.
하만은 이번 IFA를 삼성전자와 화학적 결합을 과시하는 무대로 삼는 듯했다. 지난 3월 하만과의 인수합병(M&A)을 완료한 삼성은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갤럭시 스마트폰·태블릿 제품에 하만 이어폰을 적용하는 소규모 협업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IFA를 계기로 ‘AI 생태계 장악’이라는 구상이 한층 구체화됐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로 거의 모든 정보기술(IT) 기기를 보유하게 됐다. 기존의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가전 등에다 자동차·오디오라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확보함으로써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든 삼성전자 기기와 접촉할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인 AI 스피커 2종과 내년 초 출시를 앞둔 자사 AI 음성비서 ‘빅스비’ 탑재 스피커까지 보급되면 빅스비·아마존·구글이라는 3대 소프트웨어와 삼성전자 하드웨어를 연결하는 ‘꿈의 그림’이 완성된다. 집 밖에서 스마트폰에 말을 걸어 집안 온도를 조절하고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목소리로 집안 가전을 조정하게 되는 식이다. 집에서는 침대나 소파에 누워 전등을 끄고 로봇청소기 등을 작동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AI 스피커 2종을 출시하며 아마존·구글과의 협업도 AI 생태계 구축의 일부임을 밝혔다. 이미 AI의 핵심인 빅데이터 분야에서 절대적 지위에 오른 두 기업과 대립하기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AI 스피커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호환성’ 및 ‘범용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빅스비가 추구하는 방향과 구글 어시스턴트의 방향은 일부는 같고 일부는 다른 만큼 구글·아마존 그 누구와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 역시 “오는 10월 삼성 개발자 회의에서 삼성 클라우드 소스를 개방하고 내년에는 삼성전자 전 가전에 사물인터넷(IoT) 표준화 단체인 오픈커넥티비티재단(OCF)의 규격을 탑재해 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며 “내년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18’을 잘 봐달라”고 강조했다.
삼성 AI 생태계 확장작업은 내년에 꽃 피울 것으로 예상된다. 빅스비 탑재 AI 스피커 개발은 대표적인 성과물로 꼽힌다. 윤 사장은 AI 스피커의 출시 시점을 내년 CES로 못 박지는 않았지만 “제품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하만 제품을 취급하는 유통망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8월부터 삼성 디지털프라자 30개 매장에서 하만 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연말까지 삼성 디지털프라자 전 매장과 백화점·복합 쇼핑몰 등으로 하만 매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삼성은 향후 별도 단독 매장도 꾸려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기로 했다.
/베를린=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