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원자재 오르는데...철강 가격만 제자리걸음

車·조선 등 수요업체 부진 심화

가격 상승분 원가 반영 어려워

"계열사 의존 납품구조 한계" 지적

0615A14 원자재


철강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조선 등 철을 갖다 쓰는 국내 수요 업체들의 부진이 심각해지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원가에 반영하기조차 어려워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해외에 납품 비중이 높은 포스코 등 극히 일부를 빼면 국내 수요업체에 절대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5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철광석, 유연탄 등 철강 제품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철광석의 경우 올 2·4분기 톤당 63달러(중국 도착 기준)에서 8월에 75달러까지 뛰었다. 2개월 새 20%가량 상승한 셈. 철광석이 작년 2·4분기 톤당 55달러선까지 빠져 있었음을 감안하면 1년 남짓 기간에 36%가량 올랐다. 유연탄도 올 1·4분기 톤당 168달러(호주산 출발기준)에서 8월에 톤당 203달러까지 치솟았다. 상승률은 5개월 새 20%에 이른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철강 제품은 제자리 걸음에 가깝다는 점이다. 열연 가격은 지난 4월 톤당 75만원(국내산 기준)에서 올 8월도 75만원으로 전혀 오르지 않았다. 그나마 5월부터 조금씩 올라 8월에 4월 가격을 회복한 정도다. 냉연도 비슷한 추세다. 파이프·건설용 자재 등에 많이 쓰이는 열연, 자동차 강판에 들어가는 냉연 모두 가격이 지지부진한 셈이다. 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후판은 구조조정 홍역을 겪고 있는 조선업체 사정상 분위기가 열연·냉연보다 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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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체들은 올해 수요 업체와의 가격 협상을 벼르고 있지만 뜻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자동차도 최악의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고 건설업계도 인프라 예산 축소와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탓에 가격을 후하게 쳐주기 어려운 탓이다. 한 중견 철강업체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원자재 가격이 10만원 오르면 제품가격은 최소 10만원 이상 올리던 게 관례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수요 산업의 고전으로 제품 가격에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기 벅차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만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수요업체들이 가격을 내려 달라고 호소하긴 힘들 것”이라며 “그간 못 올린 제품 가격을 어느 정도 반영하도록 밀어 부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불황을 이유로 2~3년간 동결하다시피 했던 후판 가격은 원자재 가격 인상 폭이 커 이번에는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열연, 냉연 등 어느 하나 가격을 올리기 쉬운 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격 협상이 만만치 않을 거 같다”고 예상했다.

이참에 철강업체들이 그룹 내 계열사에 전적으로 납품을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현대제철은 2020년까지 현대·기아차 외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물량을 현재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 연간 100만톤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요업체의 실적에 연동하는 비즈니스 구조를 깨야 한다”며 “쉽지는 않지만 매출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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