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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톡] ‘오빠생각’의 예견된 종영…MBC ‘파일럿→정규’ 중간점검

최근 MBC가 파일럿에서 정규로 전환한 예능프로그램들의 성적이 썩 좋지 않다. ‘오빠생각’은 폐지 같은 시즌 종영을 선언했다. ‘발칙한 동거’와 ‘오지의 마법사’도 대표 예능으로 올라서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 4일 MBC 관계자는 서울경제스타에 “‘오빠생각’이 오는 11일 방송을 끝으로 시즌 종영 한다”며 “후속 프로그램은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얼마든지 새 시즌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사실상 기약은 없는 상태다.




/사진=MBC/사진=MBC


‘오빠생각’은 지난 1월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스타와 팬의 소통에 SNS가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스타의 의뢰를 받아 영업영상을 제작해준다는 취지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배우 윤균상과 채수빈이 출연해 3.1%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우리 결혼했어요’가 시즌 종영된 자리에 ‘오빠생각’이 편성됐다. 토요일 오후 5시라는 시간대를 받았으나 시청률은 2~4%로 저조했다. 위너, 트와이스, 헨리, 젝스키스, 설운도, 악동뮤지션, FT아일랜드, 서민정, 아이콘 등이 출연했지만 시청률도 화제성도 잡지 못했다.

방송 시간이 옮겨진 뒤에는 더욱 참담했다. 개편에 따라 7월 31일부터 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됐다. 옮긴 후 첫 게스트는 레드벨벳, 그러나 1%대라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이후로도 비슷한 수준의 시청률을 유지하다가 결국 시즌 종료됐다.

‘오빠생각’이 유독 낮은 수치이기는 하나 마찬가지로 파일럿에서 정규로 정착한 ‘발칙한 동거 빈방있음’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발칙한 동거’는 설 특집 당시 5.4%(1부), 8.3%(2부), 3.8%(3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파일럿 대결에서 승기를 잡았다.

‘발칙한 동거’는 연예인들이 서로의 집에서 동거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관찰 예능 형식과 김구라-한은정, 오세득-우주소녀, 김신영-홍진영-피오 등 생소한 연예인 조합으로 시선을 모았다. 이에 힘입어 4월부터는 정규프로그램으로 방송됐다.


정규로 편성되면서 용감한형제, 양세찬이 투입됐으며 ‘듀엣가요제2’가 종영된 자리인 금요일 오후 9시 30분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산다라박, 유라, 윤두준 등 아이돌 스타들까지 합류했음에도 시청률은 4~5%대를 유지했다. 최근 방송에서는 3%대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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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황금 시간대를 지키고 있는 ‘오지의 마법사’도 파일럿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오지에 떨어진다면’이라는 상상력을 담아 네팔편 4부작으로 제작됐다. 김수로, 김태원, 엄기준, 윤정수, 최민용, 니엘 등이 출연했다.

당시 5%의 시청률을 기록한 ‘오지의 마법사’는 7월 30일부터 일요일 6시 45분에 방송됐다. 조지아편에서 6~7%까지 오르며 체면치레했지만 최근 캄차카편에서 5.9%로 하락했다. 4일 ‘오빠생각’을 대체한 새 파일럿 ‘이불밖은 위험해’도 1회 5%와 비교할 때 2.4%로 하락했다.

MBC가 소수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에만 기대지 않고 새로운 방송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비록 높은 시청률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셜록의 방’으로 추리 예능에도 도전했으며 ‘랭킹쇼 123’, ‘세모방’ 등 계속해서 다양한 포맷의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파일럿에서 정규가 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정규 편성 후 장기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현재 MBC를 이끌고 있는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의 경우에도 파일럿 부터 시작했으나 계속해서 변화를 꾀한 덕에 수많은 예능의 홍수 속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일례로 ‘나 혼자 산다’는 단순히 연예인들이 혼자 사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들끼리 함께 MT에 가는 등 팀워크까지 다졌다. 또한 무지개라이브를 통해 그동안 예능에서 잘 보지 못한 스타를 섭외하는 등 타 프로그램과의 차이를 통해 두 자릿수 시청률을 만들어냈다.

새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기존의 프로그램을 추가·수정하면서 도태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파일럿에서 단발성 아이디어로 웃음을 만드는 것만큼 정규에서 꾸준하되 식상하지 않은 웃음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초반 화제성이나 캐스팅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야만 폐지와 다를 바 없는 시즌 종영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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