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50대 유튜버 도전기] '랜선아빠' 뜨자 1020이 '격공'하기 시작했다

52세 문정호씨, '아빠 ASMR' 유튜브 채널 개설

영상 하나 만으로 1주일 만에 구독자 1만 돌파

전무후무 '아빠' 콘셉트…1020세대에 '힐링'

"아빠로서 가장 하고싶은 말을 말하고 싶어"

구독자들, '아빠'라 부르며 응원과 위안 받아

인기 유튜버로 거듭나고 있는 ‘아빠 ASMR’의 문정호(52) 씨. / 강신우 기자인기 유튜버로 거듭나고 있는 ‘아빠 ASMR’의 문정호(52) 씨. / 강신우 기자




“안녕하세요. 유튜브에서 ‘아빠’ 영상으로 대한민국 아들, 딸들과 재미있게 놀고 있는 52세 문정호입니다. 하하하하.”


보기 드문 캐릭터다. 젊은 친구들이 노는 유튜브에 푸근한 인상의 ‘아재’가 등장했다. 그는 갓 퇴근한 회사원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앉아 연신 땀을 훔치곤 한다. 가끔은 노란 수건을 목에 두르거나 밀짚모자를 눌러 쓰고 카메라 앞에 앉는다. 시골농부 콘셉트라며 바삭한 빵과 갓김치를 새참 삼아 집어삼킨다. 한번은 흰색 가운을 입고 나오더니 이발소 이발사 연기를 능청스럽게 펼친다. 곧 군대 가는 아들에게 전하는 응원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이래 봬도 그는 시작 5개월 만에 열혈 구독자 1만3,000여 명을 확보한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다. 1주일 전에는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모여 있는 외국계 MCN ‘콜랩코리아’와 파트너십 계약도 맺었다. 흥행 비결은 그 어디에도 없었던 ‘아빠’ 콘셉트에 있다. 재미와 빠른 흐름, 음악이나 아이돌 그룹 등 넘쳐나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그의 독보적 영상은 묵직하게 한 자리 차지했다.

그의 영상 속에는 따뜻함이 한껏 뿜어져 나온다. / 강신우 기자그의 영상 속에는 따뜻함이 한껏 뿜어져 나온다. / 강신우 기자





[썸clip] 인기폭발 ‘랜선아빠’의 ASMR 유튜버 1만구독 비결


관련기사



문정호 씨는 ‘아빠’로서 시청자들과 소통하려 애쓴다. “잘했어” “고생했어” “멋져” “대단해” 등 힘이 되는 말들을 영상 속에서 즐겨 쓴다. 별안간 ‘아빠’와 마주친 유튜브 시청자들은 그가 보내는 ‘아빠’의 위로와 응원에 감사함을 한껏 표현한다. 영상마다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곤 하는데, 대부분은 1020 시청자들이다. 그는 시간을 들여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단다. 그는 “아이들은 고민거리나 힘든 점을 진심으로 글로 남기는데 도무지 무시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그를 보고 ‘랜선아빠(인터넷 속 가상 아빠)’라 부르고, 자신을 그의 딸과 아들, 나이가 있는 시청자는 큰 딸, 큰 아들이라고 자칭한다.

그가 만든 콘텐츠 중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아빠가 미안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그는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아이들한테 아빠로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 싶었다”며 마이크 앞에서 고백의 시간을 가졌다. 그의 진심이 통했는지 ‘아빠가 이렇게 따뜻한 존재였구나’라며 댓글세례가 이어졌다. 영상을 본 뒤 실제로 친아빠와 화해했다는 한 구독자 댓글이 보일 때 그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그도 여느 유튜버처럼 스타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72살의 뷰티 유튜버로 화제를 이끈 ‘박막례 할머니’처럼 말이다. 그는 앞으로 60대, 70대, 80대가 되어서도 현실의 ‘아빠들’이 제대로 못 해준 말들을 대신 말해주는 마음 따뜻한 유튜버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 ASMR’이 ‘할아버지 ASMR’이 되도록 더 많은 가상의 아들딸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계가 있는 ‘목표’ 보다는 진실한 ‘꿈’으로서 유튜버의 삶에 도전하고 있는 문정호 씨의 도전기를 서울경제썸이 영상으로 담아왔다.

/ 강신우 기자 seen@sedaily.com

강신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