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이 6일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과 정부군 간 유혈충돌이 벌어진 뒤 2주 동안 지켜온 침묵을 깨고 정부의 책임을 부인하는 첫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CNN에 따르면 이날 수지 자문역은 페이스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로힝야족 거주지역인 라카인주와 관련한 통화를 했다고 전하며 “미얀마 정부가 이미 라카인주의 모든 주민을 최선의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취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수지 자문역은 과거 군부저항운동을 이끌며 지난 1991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음에도 자국 소수인종의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날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라카인주에서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차별과 절망, 빈곤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로힝야족의 고난이 곪아 터졌다”면서 이번 사태를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처음으로 “그런 위기를 맞고 있다”고 답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라카인주에서 발생한 로힝야족과 정부군 간 충돌로 사망자만도 최소 400명에 이르렀으며 학살·방화·성폭행 등 정부군의 범죄를 피해 최소 12만3,000명의 난민이 국경을 넘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전날 미얀마 정부군이 로힝야족의 이동을 막기 위해 국경지대에 지뢰를 설치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정식으로 항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난민들이 정부군이 아닌 로힝야족 무장단체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의 범죄 때문에 국경을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지 자문역은 정권을 잡기 전에도 미얀마에서 절대다수인 불교도의 지지를 받기 위해 이슬람 신자인 로힝야족 차별 문제에는 침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