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AI스피커 전쟁, 판 더 커진다

SKT 이어 네이버·카카오·KT 잇따라 출사표

LG유플러스·삼성전자도 신제품 곧 선보일듯

"빅데이터 많이 확보해야 주도권 다툼서 승산"

ICT업체들 앞다퉈 제휴



지난 2013년 개봉된 영화 ‘그녀(Her)’에 나오는 인공지능(AI)의 역할은 사람 그 이상이다. 친구와 나누듯 자연스러운 대화는 물론 이용자의 기분까지 맞게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영화 속 주인공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준다. 똑똑한 비서는 물론 집사 역할까지 만능이다.

이 같은 미래는 언제쯤 현실이 될까. 전문가들은 현재 AI 서비스 수준을 감안하면 이르면 10년 내에 가능할 것이라 본다. 특히 각 가정에 AI 스피커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영화 ‘그녀’가 그려내는 미래가 더욱 당겨질 수 있을 전망이다. 영화에서처럼 영어가 아닌 한국어 사용자에게도 말이다.


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국내 포털 및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물론 가전제품 업체들까지 AI 스피커 시장에 진출하며 주도권을 잡기 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SK텔레콤(017670)이다. 지난해 9월 AI 스피커 ‘누구’를 출시한 SK텔레콤은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고 있다. 지난 2014년 ‘에코’라는 AI 스피커를 내놓은 아마존은 이후 이를 구동하는 AI 플랫폼 ‘알렉사’를 통해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자체 AI 플랫폼 ‘코타나’를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는 등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현대자동차도 북미형 제네시스 일부 모델에 알렉사를 탑재했다.

SK텔레콤의 AI 전략은 아마존과 유사하다. 아마존이 에코에 이어 소형 AI 스피커인 ‘에코닷’,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에코쇼’를 내놓은 처럼 누구에 이어 ‘누구미니’를 내놓았으며 내년 상반기께 디스플레이형 AI 스피커도 선보일 방침이다. 특히 SK텔레콤은 국내 2위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보유한 만큼 전자상거래 업체로 출발한 아마존과 유사한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SK텔레콤은 한국어 음성인식 능력 만큼은 국내 업체가 우위에 있다는 판단 하에 아마존·애플·구글 등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중 자체 AI 스피커 ‘카카오미니’의 예약판매를 진행하는 카카오 또한 국내 AI 생태계 장악을 자신하고 있다.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란 플랫폼을 보유한 만큼 AI 스피커와 연동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의 AI 플랫폼인 ‘카카오아이’를 멜론과 같은 음악서비스나 커넥티드카 등에 탑재해 기존 카카오의 영역을 뛰어넘는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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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 또한 AI 부문에서도 주도권을 놓칠 생각이 없다. 일본 시장에 먼저 출시된 후 지난달 국내에도 선보인 네이버의 AI 스피커 ‘웨이브’는 기능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네이버 또한 자체 AI 플랫폼 ‘클로바’를 통해 자율주행차 등 ICT 업계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KT(030200)가 자사의 IPTV 서비스인 올레TV와의 연동이 강점인 ‘기가지니’를 통해 AI 영토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LG유플러스도 AI 스피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도 내년에 ‘빅스비’를 탑재한 AI 스피커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통신·포털에 이어 가전·통신기기 업체로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AI 스피커 주도권 다툼의 승기는 결국 음성 관련 빅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업체가 쥘 전망이다. AI는 기계가 자체 학습하는 머신러닝(mashine learning)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여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지금까지 축적한 빅데이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ICT 업계 관계자는 “국내 ICT 업체들이 AI 관련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외부 개발자에게 개방하고 타 업체와의 제휴에 적극적인 이유는 플랫폼 서비스로서의 확장성 강화와 빅데이터 확보 때문”이라며 “아직 출시 초창기라서 여러 서비스가 군웅할거 양상을 보이지만 수년 내에 2~3개 서비스만 빼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자연스레 퇴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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