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아르곤’(극본 전영신 주원규 신하은, 연출 이윤정)’이 4일 첫 방송됐다.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오직 팩트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열정적인 언론인들의 치열한 삶을 그려낸 ‘아르곤’은 진짜 기자들의 현실을 디테일한 리얼리티까지 생생하게 담아낸 대본과 배우들의 호연, 감성적인 연출이 어우러지며 시청자들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첫 방송에 앞서 이윤정 감독은 “매회 사건이 등장하지만 그 사건의 해결 여부가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감정에 집중한다”며 “기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취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현실에 고뇌하고 때때로 그 한계를 넘어서는 기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아르곤’이 기존 장르물과 다른 탐사보도극으로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사람이 중심인 드라마라는 점에 있다. 이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긴 ‘아르곤’이 2회 만에 쏟아낸 명장면, 명대사를 짚어봤다.
#(1회 명대사) 팩트는 뉴스의 심장! “확인도 안 된 반쪽특종 내느니 , 내 의심을 믿겠어”
팩트를 생명처럼 여기는 원칙주의자 김백진(김주혁 분)은 ‘뉴스나인’의 팩트 없는 특종을 따라 쓰라는 지시를 거부한다. 예정된 보도를 바꿔 이연화(천우희 분)와의 즉흥대담을 이끌어갔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프로듀서 신철(박원상 분)은 “뉴스는 팀플레이라고 해놓고 오늘 방송 뭐냐. 너 혼자 뉴스 만드냐?”며 “뉴스나인에서 내보낸 건 받아 줘야 된다. 이러다 남은 뿌리까지 뽑히게 생겼다”고 강하게 설득했다. 이미 사장 측근의 비리를 보도해 찍힐 대로 찍힌 ‘아르곤’을 생각하면 신철의 현실적인 조언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백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거 따지기 전에 팩트 부터 체크해야지. 선동하려고 여기 앉아있는 거 아니다. 경찰 확인 없는 반쪽 특종 빨아주느니 내 의심을 믿겠다”는 김백진의 말은 많은 것을 내포하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김백진의 강한 신념과 ‘아르곤’의 존재가치를 보여준 강렬한 장면이었다.
#(1회 명대사) “진실 앞에 물러서지 않는 아르곤이 되겠습니다” 타협하지 않고 찾아낸 진실의 무게
이연화가 현장을 발로 뛰어 찾아온 팩트를 바탕으로 김백진은 ‘뉴스나인’ 특종을 반박하는 보도를 결정했다. 보도국장 유명호(이승준 분)가 찾아와 뉴스를 막으려 했지만 김백진은 몸싸움까지 감수하며 보도를 강행했다.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혼란 속에 실종 아동을 지키려다 사망한 주강호 소장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르곤’의 취재가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 승자도 패자도 없는 가슴 아픈 진실에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었다. 가만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김백진은 복잡한 감정을 지운 채 카메라를 향한 올곧은 시선으로 진실의 무게를 홀로 감당했다. “진실 앞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아르곤’의 클로징 멘트는 담담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김백진의 시선이 말해주고 있었다. 물끄러미 카메라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김백진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한 김주혁의 연기가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2회 명장명) 진실보다 더 중요한 건 무엇? 진실보도에도 존폐 위기 ‘아르곤’
진실을 알리는 특종을 낸 ‘아르곤’이었지만 정작 HBC 내부에서 비난 여론이 거셌다. 사장이 직접 소집한 회의에 불려간 김백진은 “무고한 피해자를 악마로 만든 보도보다 더 큰 질책을 들어야 하나?”라고 반박했지만 “그 대단한 아르곤 시청률 얼마나 나왔냐? 7% 못 넘겼다. 광고도 몇 개 못 팔아먹으면서”라는 비아냥을 들어야했다. HBC 전체의 신뢰도를 흔들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결국 제작비가 절반으로 깎이고 계약직 스태프들을 잘라야 하는 존폐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치열한 취재를 통해 진실을 보도했음에도 사내의 사정과 광고, 시청률 등 외부적 요인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담아내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회 명장면) ‘아르곤’을 지키려는 원칙주의자 김백진 고뇌, 이 보다 현실적일 수 없다
진실 보도에도 존폐 위기에 놓인 ‘아르곤’. 김백진은 최근화(이경영 분)를 찾아갔다. 최근화는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팀이 살아남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유명호처럼 너도 머리를 조아렸어야 한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사장 측근 관련 비리 보도까지 서슴지 않는 ‘아르곤’은 눈엣 가시 같은 존재였고, 사장은 김백진을 제외한 팀원들을 모두 교체해 ‘아르곤’의 체질을 바꾸려고 했던 것. “팀원들만 지킬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김백진은 최근화가 마련한 미드타운 관계자와의 자리에서도 참고 또 참았다. 자괴감에 빠진 김백진이 최근화에게 던진 “참고 또 참고. 이렇게 하면 그 끝에 뭐가 있습니까?“ 라는 물음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누구보다 팩트를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주의자지만 현실 앞에 흔들리고 고뇌하는 김백진의 모습은 완벽한 영웅이 아닌 사람이었기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2회 명장면)김주혁X천우희 공조의 시작을 알리는 엔딩 “킬하랬더니, 기어코 살려와?”
제작비 축소, 인원 감축 등의 압박을 통해 회사가 ‘아르곤’의 미드타운 붕괴 후속보도를 막으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흔들리는 김백진 앞에 이연화가 다시 한 번 거대한 팩트를 가지고 나타났다. 이연화의 보고서는 “주장으로 점철됐다”는 평가와 함께 김백진에게 ‘킬’당한 아이템이었지만, 끝내 미드타운 사장의 뒤를 밟아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증거 사진을 찍어온 것. 투명인간처럼 겉돌기만 하던 이연화에게서 기자의 가능성을 본 김백진은 “킬하랬더니 그걸 기어코 살려와?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니 능력껏 살려서 머리 찾아와”라고 처음으로 취재다운 취재를 지시했다. 회사의 눈을 피해 두 사람만의 비밀로 진행될 취재가 어떤 진실과 마주하게 될지 궁금증이 커진다.
한편 진실을 위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아르곤’이 회사 내부의 압박과 외부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더욱 궁금해진다. ‘아르곤’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50분 tvN에서 방송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