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술 가로채기 땐 신고 없어도 대기업 직권조사

■ 당정, 중기 기술유용 대책

피해 배상액 '3배 이내'서 '3배'로

내년 기계·車업종부터 서면조사

직권조사 면제 혜택도 없애기로

김상조(오른쪽) 공정거래위원장이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 이후 ‘기술유용 근절 행위 대책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상조(오른쪽) 공정거래위원장이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 이후 ‘기술유용 근절 행위 대책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유용 ‘갑질’을 차단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 카드를 꺼냈다. 피해기업들의 신고가 없어도 공정위가 기획조사를 벌여 대기업의 만연한 기술유용 행태를 뿌리 뽑기 위해서다. 기술유출에 따른 피해 배상액도 ‘3배 이내’에서 ‘3배’로 못 박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정위와 더불어민주당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기술유용 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본지 8월14일자 1·7면 참조

대책의 핵심은 원사업자의 기술유용 행위 근절을 위해 신고가 없어도 직권조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내년 기계·자동차업종을 시작으로 기술유용 행위 직권조사를 위한 서면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공정위가 직접 나서는 데는 피해기업들이 거래 단절 등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 경향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 기술유용 피해신고 건수는 26건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전문적이고 일원화된 법 집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술유용 사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심사자문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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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용에 대한 직권조사 면제 혜택도 없앤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매년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공정거래 협약제도에 참여해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 직권조사를 면제해왔다. 지난해 공정거래 협약평가 대상 기업의 49%가 직권조사 면제 대상이었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기술유용의 실질적 주체인 대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예상된다.

공정위는 편법적인 기술유용을 막기 위해 대기업이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유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도 마련한다. 기존 하도급법에는 기술자료의 ‘요구’와 ‘유용’만 금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기술유용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고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수급 사업자의 원가 내역 등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금지된다. 원사업자가 원가 내역 등을 근거로 최소한의 영업이익만 보장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수급 사업자가 자체개발한 기술에 공동특허를 요구하는 행위도 불법으로 간주하게 되며 기술유용의 조사 시효를 기존 3년에서 7년까지 대폭 확대한다.



공정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과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술유용 관행이 이들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판단했다”며 “기술유용에 대한 대책을 먼저 발표하고 오는 11월에 하도급 거래 분야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가 최근 자율적 해결보다 강제적인 조사에 방점을 두고 있는데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며 “기존 제도는 살리면서 이를 악용하는 기업들을 가중 처벌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자율적 해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철호 중소기업중앙회 감사(전 공정위 상임위원)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유지가 더 중요할 수 있는데 공정위가 나서다가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세심한 배려 없이 무리하게 조사를 진행하다 납품업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사 계획 수립부터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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