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SK동맹 3조엔 베팅 초강수...판세 뒤집힐까

■ D-1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동업자 강조' WD와 막판 경쟁

내일 이사회서 최종 대상자 선정



7개월여를 끌어온 일본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13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바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최종 매각 대상자를 결정한다.

최종 압축된 세 곳의 인수 후보들이 막판까지 반전을 노리며 새로운 ‘당근’을 도시바 측에 제시한 탓에 최종 승자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하지만 최종 승자가 누가 되든 인수 후보들 간의 치열한 입찰 경쟁을 부추겨 반도체 산업 보호 명분과 가격 실리를 모두 챙긴 일본 정부와 도시바가 진정한 승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미국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메모리의 인수가로 2조엔(한화 약 21조원)을 제시한 것에 더해 최대 3년간 연구개발(R&D)비용으로 1조엔(10조원)을 지원한다는 초강수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한미일 연합 관계자는 “재상장까지 1조엔 규모의 투자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간 4,000억엔~5,000억엔을 도시바 메모리에 건넬 용의가 있음을 확실히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기존 방안대로 출자하지 않고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신문은 신기술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미일 연합이 이번 제안으로 현재 유력한 인수 후보인 웨스턴디지털(WD)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연합, 이른바 신(新) 미일 연합 측의 불안한 자금력을 견제해 막판 대반전을 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실제로 SK동맹인 한미일 연합은 도시바 메모리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을 새롭게 끌어들여 불리하던 판세를 뒤집은 데 이어 가격 측면에서도 1조9,000억~2조엔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신미일 연합보다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관측이다.

다만 한미일 연합에는 국제중재재판소(ICA)에 매각 절차 금지를 요청한 웨스턴디지털의 존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에 ‘동업자’ 관계를 강조하며 메모리 사업 매각 자체에 제동을 걸고 있다.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과 욧카이치 공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여전히 웨스턴디지털이 가장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한미일 연합의 인수 제시 금액이 사실상 30조원까지 치솟은 것을 두고 ‘최종 승자는 결국 도시바’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인수가로 30조원을 베팅했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라는 말이 있었다”면서 “결국 일본 정부와 도시바의 치밀한 여론전과 매각 전략이 여론 우려가 컸던 웨스턴디지털과 SK하이닉스의 경영권 참여를 배제시키면서 매각가는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한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