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거물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10일(현지시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심각하게 검토할 것을 촉구한 것은 북핵 대응과 중국 압박을 위해 백악관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매케인 위원장은 “김정은이 공격적으로 행동한다면 그 대가는 절멸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며 트럼프 정부의 초강력 대북 제재에 힘을 싣는 한편 국방 예산 확대도 촉구했다.
앞서 백악관이 현지 언론을 통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흘린 데 이어 미 의회 지도층 인사가 적극적 지원 의사를 보임으로써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 정치권에서 확실하게 공론화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의 전방위 대중 압박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 석유공급 제한 등 안보리 차원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당장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속도가 붙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핵정책 리뷰’ 팀을 통해 현대식 소형 핵폭탄을 증강하는 방안을 점검하고 있어 북측의 추가 도발 등 상황에 따라 핵확산 카드는 언제든 재부상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당선인 시절 “핵전력을 강화하고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앞서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도 트럼프 정부가 소형 전술핵 개발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과 러시아 등의 핵 위협에 맞서 전술적 유용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지뢰나 핵배낭, 저강도 핵폭탄과 같은 소형 전술핵 무기는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작지만 대량살상력을 갖춘 전략핵무기에 비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만일 미국이 실제 소형 전술핵 개발에 나선다면 미국은 더 많은 북한이나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할 핵 옵션을 더 많이 갖게 되며 한반도 재배치 논의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한편 북한의 잇단 도발에 트럼프 정부가 핵 카드를 앞세우며 심상치 않은 강경 대응 노선을 보이자 한발 물러나 있던 유럽은 안보 위협을 토로하며 중재에 나선 모습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0일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북핵) 협상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있다면 즉각 수용할 것”이라며 북핵 중재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다. 영국도 미국이 북핵 대응에 군사적 옵션을 수차례 위협하면서 북한이 오판할 위험에 대해 적잖이 우려하고 있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가디언에 “런던은 북한과 미사일 사거리에 있어 (미국 서부의) 로스앤젤레스보다도 가깝다”고 강조하며 미측에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유럽 의회는 1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핵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해 논의할 예정이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