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 자이프레지던스' 설계자 사버 "물방울 튀는 모습 건물에 입혀 새로운 한강변 풍경 창조할 것"

공장서 찍어 낸 듯한 아파트 탈피

빌딩 모양·스카이라인 높이 달리해

남향·맞통풍으로 한국인 기호 반영도

스캇 사버 SMDP 대표스캇 사버 SMDP 대표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올 때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은 똑같이 모양으로 착착 늘어선 아파트 빌딩의 뒷통수였습니다. 이제 한국도 그런 획일적인 주거 형태에서 벗어나려는 변화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입지, 단지 규모 면에서 존재감이 남다른 반포주공 1단지를 한강변의 새로운 경관으로 창조하고자 합니다”

GS건설의 의뢰로 반포주공 1단지 설계한 스캇 사버(사진) SMDP 대표는 누구보다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잘 아는 외국인 건축가다. 그는 무려 20여년 전부터 각종 프로젝트 설계를 맞아 한국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국내 첫 아파트는 타워팰리스 3차다. 타워팰리스는 2000년대 초반 한국 주거 건축문화의 ‘아이콘’으로,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건축의 도시 시카코에 본사를 둔 SMDP는 전세계에서 200개가 넘는 다양한 건축 설계 프로젝트를 담당해온 글로벌 건축디자인회사이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다양한 고급 아파트 설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반포주공 1단지 외에도 현재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한남동 나인원 등 최고급 대표 주거단지를 설계를 맡아 진행 중이다.


그가 반포주공 1단지를 설계하면서 가장 중시했던 것은 다양성과 휴머니티였다.

그는 “과거 개발시대에 효율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려다 보니 공장에서 찍어 낸 듯 아파트를 짓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한국도 그런 트렌드에서 벗어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반포주공 1단지는 입지나 단지, 규모면에서 한국 주거문화의 상징적인 단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양한 빌딩 설계를 통해 한강변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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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조합 설계안에서 약 10개동을 없애고, 어떤 빌딩은 좀더 크게, 어떤 빌딩은 좀 낮게 설계해 자체의 스카이라인을 만들어 냈다. 빌딩의 모양, 재질, 색깔 역시 통일감 있는 다양성을 추구했다. 강변이라는 입지를 디자인에도 반영해, 물방울이 뛰기는 듯한 모습을 메인 빌딩 입면에 형상화 했다. 한국에서 고층 빌딩에 이런 디자인을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휴머니티의 강조는 공용시설에서 나타난다. 사버씨는 “입주민 모두가 뷰를 즐길 수 있도록 5개의 스카이 브릿지에 수영장 등과 같은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동의 갯수를 줄인 덕에 간격이 넓어져 입주민의 프라이버시 역시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미학적인 완성도 제고에만 신경 쓴 것은 아니다. 한강 조망권을 중시하는 입주민의 기호를 반영하기 위해 전체 가구 수 중 29%가 거실에서 한강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남향과 맞통풍을 선호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주거 기호를 반영하기 위해 신경 썼다. 사버씨는 “2000년대 초반에는 뷰를 우선하는 타워형이 인기였으나 한국의 기후가 점점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향이 강한 요리를 많이 하는 식습관으로 인해 다시 초고층 아파트에서도 남향과 맞통풍을 위해 L자형이나 판상형으로 복귀하고 있다”며 “반포주공 1단지 역시 설계에서 이 같은 트렌트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사버 씨는 “지난 20년간 한국을 오가면서 반포라는 입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상징성이 높은 입지에 대규모 주거 단지를 설계한다는 것은 중압감이 크다”면서도 “다양한 컨셉트와 철학이 담긴 설계로 한국의 주거문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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