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고광본 기자의 생생 과학사] 보편진리·법칙을 부정하는 창조과학

지구나이 6,000년이라는 믿음, 천동설 주장과 다른게 무엇일까

찰스 다윈과 그가 쓴 ‘종의 기원’ 표지.찰스 다윈과 그가 쓴 ‘종의 기원’ 표지.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 과정.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 과정.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인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지구의 나이가 ‘6,000년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신앙적으로 믿고 있다”고 답했다. 후보 지명 직전까지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했던 소신을 나름 고수한 것이다.

하지만 지구의 나이를 45억여년으로 추산하는 과학계는 “합리적 추론과 논거를 갖춘 진화론을 부정하며 과학자라고 할 수 있느냐. 심하게 얘기하면 천동설을 주장하거나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탄식한다.


중세시대 지동설이 확산되기 전 종교계와 과학자들이 주장했던 천동설은 폴란드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1473~1543)가 ‘모든 별이 지구중심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지구가 움직이는 게 단순하다’고 봐 1543년에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지동설을 제시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코페르니쿠스는 이단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가정’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탈리아 물리·천문학자 겸 수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우수한 망원경을 만들어 목성과 4개의 위성과 달·태양을 관찰해 지동설의 근거를 내놓았다. 결국 교황에 의해 1633년 종교재판에 회부돼 평생 가택연금을 당했는데 참회문을 읽고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중얼거렸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관련기사



앞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그리스 수학자 겸 철학자인 피타고라스(기원전 582~496)는 바다에서 배가 들고 나갈 때 돛이 먼저 보이거나 나중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확신했고 정치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도 월식 때 달 표면의 둥근 모양을 보고 지구의 생김새를 알았다.

진화론의 경우 찰스 로버트 다윈(1809~1882)이 처음 정립했는데 영국해군을 따라 세계를 일주할 때 남미 갈라파고스제도의 동식물이 환경에 맞게 생존을 위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후천적으로 얻어진 신체특징이 대를 이어 전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답은 1915년 생물학자 토머스 모건이 다윈과 그레고어 멘델의 이론을 결합해 내놓았다.

최근 멕시코 강진을 비롯해 중남미·일본·동남아·뉴질랜드 등 소위 ‘불의 고리’에서 지진과 화산이 활발한 것도 진화론에 영향을 줬다. 옛날에 붙어 있던 대륙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서 충돌이 잦은데 제임스 허턴(1726~1797)과 찰스 라이엘(1797~1832)의 지질학 이론은 지구의 변화를 보여준다. 미국 그랜드캐니언처럼 각 지층에도 지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생대(6,500만년 전~현재) 초기에는 포유류 중 인류가 속한 영장류도 출현했는데 이후 기후변화에 맞춰 진화과정을 겪는다. 당시 아프리카 열대우림 나무에서 주로 생활하던 영장류 일부가 나무에서 내려오면서 400만년 전 두 발로 걷게 된다. 점차 열을 식히기 위해 땀샘이 생기고 햇빛에 대응해 지역별로 다양한 피부색을 갖게 됐다. 10만년 전에는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까지 진화한다.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대고 취임선서를 하는 미국에서도 교과서에 창조론을 넣으려는 움직임이 오래 지속됐으나 지난 2005년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았다. 창조과학은 보편진리나 법칙을 발견하는 과학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