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도 가장 뜨겁게 주목 받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업체 간 ‘짝짓기’가 본격화됐다. 각사의 AI 플랫폼을 상호 연동하거나 제조사 전자 기기에 인터넷 기업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서다.
카카오는 14일 자사의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를 삼성전자(005930)의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와 연동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국내에서 4,200만명 이상이 매일 사용하는 1위 서비스이며 삼성전자의 빅스비가 탑재된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역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양사의 협업 결정이 앞으로 AI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카카오는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영어와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빅스비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 사업의 취약점을 극복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는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온 탓에 아직 해외 네트워크가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취약한 편이다.
카카오 I가 빅스비에 적용되면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음성명령으로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거나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빅스비의 검색 기능을 카카오 I가 보완해주는 역할도 가능하다. 양사는 스마트폰 외에도 AI 스피커와 각종 가전 기기 등으로 카카오 I와 빅스비의 적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일반 전자 기기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이동 수단인 자동차 분야에서도 카카오와 제조사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 카카오는 현대·기아차에 카카오 I의 음성인식 기술을 넣는 것에 합의해 15일 출시되는 현대차의 신차 ‘제네시스 G70’에 처음 적용된다.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작동할 때 음성명령으로만 길 안내 서비스를 시작하고 종료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과도 기술 협력을 논의 중이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AI 기술을 내부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수많은 파트너로 확장해 생활 속에 다가가려는 노력의 하나”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 역시 자회사 라인과 공동 개발한 AI 플랫폼 ‘클로바’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파트너 업체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네이버는 글로벌 반도체·통신장비 제조사 퀄컴과 제휴를 맺고 퀄컴의 사물인터넷(IoT) 칩에 네이버와 라인의 AI 플랫폼 클로바를 넣기로 했다. 예를 들어 클로바가 탑재된 퀄컴의 IoT 칩을 스피커에 넣으면 그 자체로 ‘AI 스피커’가 되는 형식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LG전자(066570)와 코웨이(021240) 등의 제조사가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또한 라인은 일본 1위 자동차 업체 도요타와 AI 음성인식 분야에서의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제휴 구도가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AI 분야 제휴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올해 연말께는 구체적인 협업 성과를 시장에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