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윤종규 3년 전 약속 지켜 한번 더 기회"

외풍땐 조직 다시 무너진다 판단

노조 반발 불구 내부인사로 추려

나머지 2명 고사로 윤 회장 연임

"이사들이 또 KB조직 살렸다" 평가

윤종규 KB금융 회장윤종규 KB금융 회장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이 싱겁게 끝났다. KB노조가 윤종규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연임 반대에 나섰지만, KB금융 이사회는 윤 회장을 단독 추천해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노조가 윤 회장을 흔들며 끊임없이 외부 세력의 개입을 자초하려 했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 KB금융 이사회가 노조 반발을 예상하고도 윤 회장을 단독으로 추천하는 강수를 뒀다는 평가다. 이는 3년 전 KB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서 청와대가 강하게 밀었던 A씨를 거부하고 조직의 안정을 위해 정치권과 무관한 윤 회장을 극적으로 선택했던 것과 같은 드라마틱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14일 KB금융 이사회는 명동 본점에서 후임 회장 선출을 위한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열고 윤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선정했다. 확대위는 윤 회장과 함께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 3인을 최종 후보자군(short list)에 선정했지만 두 후보가 “지금 맡은 업무를 열심히 하겠다”며 심층 검증을 위한 인터뷰를 고사함에 따라 윤 회장이 최종 후보자로 확정됐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 트라우마로 인한 오랜 침체기간을 끝내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오면서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적 면에서 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1,4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지난 2011년 이후 5년 만에 2조원을 넘겼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65.3%(1조8,602억원)나 급증하며 2조원에 육박한 이익을 올렸다. 아울러 윤 회장은 LIG손해보험(현 KB손보), 현대증권(현 KB증권) 등을 인수하며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했다. 더불어 10년간 관치금융에다 2014년 KB사태를 겪으며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잘 추스른 점도 높게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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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조가 막판에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나오면서 정치권과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며 후계구도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왔다. 실제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에다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막판에 급부상했다. 또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을 합병한 후 처음으로 내부 출신으로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도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두 사람을 강력히 밀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확산됐다. KB금융 내부에서도 누가 될지를 놓고 내기를 할 정도로 막판 팽팽한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KB금융 이사회가 중심을 잡아줬다. KB금융은 윤 회장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해 이달 초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외이사는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스튜어트 솔로몬 전 한국 메트라이프 회장,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이병남 전 LG경영개발원 인화원 사장,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등 7명이다. 이사진은 윤 회장과 개인적인 인연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아 들어온 인사들이 대부분이고 능력면에서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를 회장이 직접 고른 인사들로 임명하면서 객관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점이다. 이들 이사들이 노조의 끊임없는 흔들기에도 3년 전의 KB사태를 재연할 수 없다며 예상을 깨고 윤 회장 등 내부 인사를 쇼트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부동의 1위인 신한은행을 완전히 추월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할 수 있는데 노조가 오히려 과도하게 회장 연임을 반대하면서 흔들기만 하고 있다고 판단해 등을 돌린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휘 확대위원장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3년 임기 동안 본인의 열정을 바쳐 열심히 했고 경영 성과가 업계 다른 데보다 나쁘지 않다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3년 전 윤 회장이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꺼내 봤더니 그때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CEO가 너무 자주 바뀌는 게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7인의 후보자 집계를 보면 내부 후보자군과 외부 후보자들이 점수 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 위원장은 “처음부터 예정된 짜고 치는 고스톱이고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면서 “14일 동안 이사회가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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