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강 "내게 광주는 폭력·존엄 공존한 시간"

작가 한강, '소년이 온다'로 말라파르테 문학상 수상

광주민주화 운동 다룬 장편소설

"살아있는 이미지 흡입력 커" 호평

소설가 한강 /연합뉴스소설가 한강 /연합뉴스


맨부커상 수상 작가인 한강(47)이 지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의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다.

15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말라파르테 문학상 측은 올해 수상자로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강을 선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말라파르테 문학상 심사위원회의 라파엘레 라 카프리아 위원장은 ‘소년이 온다’에 대해 “살아 있는 이미지들이 독자의 구미를 당기고 소설을 다 읽을 때까지 손을 떼지 못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이 상은 ‘쿠데타의 기술’ ‘망가진 세계’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작가 쿠르치오 말라파르테(1898~1957년)를 기리기 위해 1983년 탄생했으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문학계의 거장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주도로 창설됐고 뛰어난 작품으로 세계 문학에 활력을 불어넣은 외국 작가들에게 주어진다. 역대 수상자로는 197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캐나다 태생 미국 소설가 솔 벨로, 199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가 네이딘 고디머, 희곡 작가이기도 했던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프랑스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 미국 작가 수전 손태그 등이 있다.


이번에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중학생 동호,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 수습을 도운 선주와 은숙, 어린 아들을 잃은 어머니 등으로 시점을 차례차례 옮겨가며 광주에서 벌어진 참혹한 비극에 대한 거대한 벽화를 완성한다. 군인의 총살에 숨진 희생자 망령(亡靈)의 시점에서 슬픔을 아로새긴 2장은 이 소설에서 특히 빛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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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1980년 1월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 온 한강은 “언젠가부터 내게 광주는 하나의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인간의 폭력과 존엄이 극단적으로 공존한 시간을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돼 있었다”며 “폭력에서 존엄으로, 그 절벽들 사이로 난 허공의 길을 기어 나아가는 일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소설을 썼다”고 고백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소년이 온다’에 대해 “시적 초혼과 산문적 증언을 동시에 감행하는 문장들은 원망스러울 만큼 정확한 표현으로 읽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며 “5월 광주에 대한 소설이라면 이미 나올 만큼 나오지 않았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무색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시상식은 말라파르테가 생전에 머물며 애정을 쏟은 나폴리 인근의 카프리섬에서 한 작가가 참석한 가운데 다음달 1일 열린다. 작가는 시상식 전날인 오는 30일 나폴리 시청에서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등 자신의 대표작과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자리에도 함께한다. 이후 나폴리·로마·밀라노의 서점을 돌며 독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댈 예정이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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